지난달 말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의 사고가 테러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허술한 미국 공항의 보안에 대한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공항에서 일하던 누군가가 추락 여객기의 화물칸에 폭탄을 실은 것 같다는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추정이 잇따르면서 테러를 확신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관리들은 자국 내 450개 공항에서 일하는 90만 명 이상의 공항 근무자에 대한 보안 검색이 허술하다며 심각성을 토로했다.
 금속 탐지기와 전신 스캐너를 동원해 탑승 승객을 샅샅이 검사하는 것과 달리 미국 공항 직원들은 출입증만 차면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공항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지적은 줄곧 나왔다.
 지난해에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총기 밀매업자의 부탁을 받은 공항 직원이 여객기에 총기를 탑재하는 데 도움을 준 일도 벌어졌다.
 미국 언론이 수차례 탐사 보도를 통해 공항 직원의 구멍 뚫린 보안 검색 사례를 파헤쳤지만,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미국 공항의 안전을 담당하는 연방 교통안전국(TSA)은 공항 직원에 대한 무작위 검색을 강화했지만, 인력과 예산을 이유로 전수 조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테러 단체에 포섭된 공항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폭발물을 비행기에 실을 수도 있는 셈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공항 보안에 큰 구멍이 생긴 건 모호한 TSA의 위상 탓이다. TSA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항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세워진 부서로 미국 교통부 산하에서 2003년 국토안보부 산하로 이전했다.
 국토안보부 관리들은 TSA가 직접 공항 직원을 검색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각 공항에서는 TSA와 계약한 보안 회사가 직원의 범죄 이력, 미국 내 합법 체류 상태, 테러 단체와의 연계 가능성 등 신원 조회를 맡는다.
 보안 회사와 TSA 등 2단계로 이뤄지는 신원 조회에서 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TSA가 테러 추정 용의자를 포함해 테러 관련 모든 범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없는 기관이라는 점도 큰 문제다. 어떤 이가 무슨 이유로 공항에서 근무할 자격이 없는지를 결정할 권한이 TSA에는 없다.
 국토안보부 감사실이 지난 6월 마음대로 공항 근무자를 조사했더니 신원 조회를 통과한 이 중 테러와 관련된 범주에 속해 주의 대상으로 진작 경계했어야 할 이들이 73명에 달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TSA는 공항 근무자의 보안 검색 횟수를 늘리고 공항 내 민감한 구역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의 수를 줄여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뚫린 안보의 틈을 메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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