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한 이유

소방관은 근무 특성상 극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방관은 재난과 화재라는 물리적 상황은 물론 심리적 불안과도 싸워야 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이 33명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이다. 순직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은 상황은 소방관에 대한 물리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 영장류(靈長類)연구소의 프란스 드발(France de Waal) 소장은 원숭이에게 돌멩이를 가져오면 그 대가를 교환해 주는 실험을 했다. 원숭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면 그 대가로 오이를 줬다. 그런데 같은 임무를 수행한 한 원숭이에게만 오이가 아닌달고 맛있는 포도를 줬다. 그러자 40%의 원숭이가 교환 행위를 중단했다.

더 나아가 임무를 수행하지도 않은 원숭이에게 포도를 주자 80%의 원숭이가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원숭이 중 가장 지능이 높다는 침팬지에 대한 실험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임무를 수행한 동료 침팬지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바나나와 같은 바나나가 주어질 때까지 자기의 몫을 ‘거부’하는 모습도 관찰 됐다고 한다. 원숭이도 불공정한 상황은 참지 못한다.

경찰은 국가직 공무원이고 소방관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국가직인 전국의 경찰에게는 중앙 정부에서 일률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반면 소방관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에 따라 지원이 이뤄진다. 소방 조직을 총괄하는 국민안전처는 중앙정부 기관이지만, 일선 소방관은 중앙정부 소속이 아니라 각 지자체에 소속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물품은 국가 예산이 아니라 광역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된다. 부자 지자체에서 첨단장비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때, 가난한 지자체의 소방관들은 장갑이 지원되지 않아 사비를 들여 목장갑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소방관 10명중 9명은 부상을 당했을 때 자비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업무 중 부상자가 많아지면 자신이 속한 소방서나 소방본부가 나쁜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 자살의 주된 원인은 반복적인 극한 상황 노출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은 비전문가도 쉽게 짐작이 가능한 범주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춰보자. 목숨을 걸고 재난과 싸우는데 적절한 장비도 지급받지 못하고, 부상 치료도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 현실은 소방관들에겐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사람을 살린다는 보람만으로는 상쇄되기 힘든 상실감을 안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인권 탄압이다. 소방관들이 위험의 최전선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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