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부터 지하철 출입구 단속 … 일본, 어린이 실명 후 길거리 금연 정착

보행 중 앞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속수무책이다. 혼잡한 거리에서 연기를 피하기 위해 앞질러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길거리 흡연은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직접 흡연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다. 무심코 털어대는 담뱃재, 불똥이 시민의 안전 사각지대인 것이 분명하다.

길거리 흡연자는 특히 어린이에게 위험한 존재다. 흡연자가 담배를 쥔 손의 높이가 아이 얼굴 높이와 같기 때문이다. 흡연 금지구역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가 되레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한다.

시민기자가 만드는 안전정론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가 길거리 흡연 근절을 위해 연중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14일 영등포구 문래동 한 횡단보도에서 70대 남성이 흡연을 하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규원 기자

주부 조경희씨(47·서울시 자양동) "아이와 길을 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담배를 피면서 다가오는 사람과 부딪혔고, 불씨가 아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며 "아이는 엄청나게 놀랐지만 정작 그 사람은 그런 사실 조차 모르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홍현정씨(45·의사)는 "담뱃불을 들고 걸을 때 옆 사람들은 항상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혼잡한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행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일본은 거리 흡연자의 담배가 어린이의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한 사건을 계기로 길거리 금연이 확대됐다. 이후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횡단보도 등에 금연표지판이 바닥에 그려져 있고 적발되면 벌금도 부과된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서울시가 지난 5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출입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길거리 금연에 팔을 걷었다. 매월 1일을 길거리 금연 '홍보의 날'로 지정, 캠페인을 벌인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간다.

서울시의 금연환경 조성 노력에도 불구, 시민은 석연치 않은 반응이다. 지하철 입구만 단속한다고 해서 시민이 간접흡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아닌 버스 이용자, 보행자 등 많은 시민들은 길거리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시민 건강보호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서석하 세이프타임즈 미술팀장

14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횡단보도. 70대 남성은 담배를 문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보면 이런 모습은 서울 지역 어느 곳이든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주부 정지애씨(44)는 "정말 한심스럽고 화가 나서 따지고 싶지만 자칫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멀리 떨어져 서 있거나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한 여성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50대 남성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요구했다가 뺨을 맞고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남성이 담배를 피운 곳은 금연구역인 지하철 출구였다.

일부 흡연자의 상식 밖 행위도 문제지만 비흡연 시민의 건강보호와 민원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서울시의 거시적인 간접흡연 피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1차 금연광고를 내보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인해 가족이 겪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제 담배의 진실과 마주하세요"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2차 금연광고를 내보내 흡연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비흡연자들은 흡연자의 건강을 위한 금연캠페인도 중요하지만 간접흡연 피해 예방과 공공장소 흡연 금지 등 시민의식을 일깨워주는 캠페인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직장인 이상헌씨(47)는 "담배의 폐해를 밝혀 흡연자의 개인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금연운동도 중요하지만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돼 피해를 입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개최한 서울시민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흡연구역 가이드라인 토론회 참가자 84%는 '실외 금연구역 내 흡연구역 설치'에 동의했다. 제발 흡연구역에서만 흡연을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개최한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대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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