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 ‘중국 잔치’만 남겨

중국의 독주는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국이 참가하는 국제탁구대회치고 종목이 끝날 때 치러지는 시상식마다 ‘꼭대기에서 나부끼는 오성홍기’가 당연한 풍경이 된지 오래다. 몇 십 년을 넘게 중국탁구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세계 2강’을 자처했던 우리나라를 비롯 유럽 몇몇 나라들이 강하게 도전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요원한 얘기다. 도전자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은 프로시스템인 슈퍼리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더 강해졌다. 애초부터 세계 최강의 기반이 되어줬던 자국 내 풍부한 인프라와 두터운 저변 위에 거의 틈이 보이지 않는 ‘탁구장성’을 쌓고 있다.

▲ 중국이 2연속 전 종목 석권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남자단식 4강에 오른 왕추킨. 16강전에서 한국 에이스 조승민에게 거둔 승리 직후 모습이다. 사진 flickr.com.

문제는 그게 단지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현재 프랑스 방데에서 치러지고 있는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미 남녀단체전을 석권한 중국은 단체전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개인전에서도 당연한 듯 전 종목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끝나지도 않은 개인단식 4강은 남녀 모두 중국선수들만 남았다. 남자복식과 혼합복식도 중국선수들끼리 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 마지막 날인 6일 치러질 각 종목 결승전에서 중국 국적이 아닌 출전자는 여자복식의 북한 선수들뿐이다. 이마저도 한 종목 정도 넘겨주는 ‘얄미운’ 배려심이 배경에 없다면 중국을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작년 대회도 모든 금메달을 휩쓸었던 중국의 2년 연속 전 종목 석권이 코앞이다.

▲ 안재현이 남자단식 8강에 올랐지만 뤼딩슈오에게 패했다. 사진 flickr.com.

남녀모두 단체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선수들이 개인전에서 중국과 치열한 2파전을 벌여주길 기대했지만 그야말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중국탁구는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입상권 길목 길목마다 중국탁구가 우리 선수들의 앞을 막아섰다. 남자팀 에이스 조승민(대전동산고)은 16강전에서 왕추킨에게 패했고(3대 4), 국내 고교랭킹 1위 안재현(대전동산고)은 8강전에서 뤼딩슈오에게 졌다(2대 4). 나름대로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소득은 없었다.

여자부도 8강에 올랐던 한국 에이스 김지호(이일여고)가 디펜딩 챔피언 왕만유를 만나 허무하게 전진을 멈췄다(1대 4). 국내 대회 결승에서 김지호와 자주 맞붙는 김하은(상서고)도 이미 32강전에서 왕위디에게 0대 4의 완패를 당한 뒤였다. 개인단식은 결국 남자부도 여자부도 중국의 출전선수들 전원이 4강에 올라 1, 2, 3위를 휩쓸게 됐다.

▲ 여자 국내랭킹 1위 김지호는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왕만유에게 패했다. 사진 flickr.com.

딱 한 경기, 한국 선수들이 개인전에서 중국을 이긴 경우가 있었다. 여자복식의 강다연(문산수억고)-김하은 조가 8강전에서 첸싱통-왕위디 조를 4대 2로 이겼다. 하지만 강다연-김하은 조는 이어진 준결승전에서 북한의 고은금-리영해 조에 1대 4로 패하고 유일한 결승 진출 기회를 날렸다. 맞은편 대진에서도 4강까지 올랐던 김지호-안영은(안양여고) 조가 중국의 첸케-왕만유 조에게 2대 4로 지면서 또 중국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전 패배는 더 아쉬웠다. 여자복식 동메달 둘.

남자부도 개인복식에서는 동메달 하나가 나왔다. 조승민-안재현 조가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국내 주니어 최강 복식조도 중국탁구를 만나 힘을 쓰지 못했다. 뤼딩슈오-저우쳉 조에게 1대 4로 졌다. 앞서 황민하-박정우(이상 부천중원고) 조도 8강전에서 또 다른 중국조인 왕추킨-슈페이 조에게 1대 4로 패한 뒤였다. 한국의 두 조를 차례로 꺾은 중국의 두 조는 결국 결승에서 자기들끼리 금은메달을 다툰다.

▲ 유일하게 중국을 이긴 강다연-김하은 조. 하지만 4강전에서 북한 조에 아쉽게 졌다. 사진 flickr.com.

혼합복식에서도 한국은 8강에 올랐던 두 조 모두 중국에 져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황민하-김지호 조가 왕추킨-첸싱통 조에게 1대 4, 조승민-안영은 조가 저우쳉-왕만유 조에 0대 4로 완패했다. 좋은 호흡으로 메달을 기대했던 안재현-김하은 조는 32강전에서 뤼딩슈오-왕위디 조에게, 또 다른 혼복조였던 박정우-강다연 조도 16강전에서 슈페이-첸케 조에게 졌다. 길목마다 도사리고 있던 중국의 벽이 우리 선수들의 의욕을 꺾었다.

이로써 지난 11월 29일 개막해 열전을 이어왔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남녀단체전 은메달, 남자복식 동메달 하나, 여자복식 동메달 두 개로 모든 경기일정을 마감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6일에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없다. 유망주들에게 집중 투자하며 중국을 추격했던 일본이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한국이 유일한 대항마로 꼽힐만 했으나 ‘역부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전의 전반적 부진 속에 여자단체전에서 사상 최초 결승에 오른 것으로 위안 삼는데 그쳤다.

▲ 중국탁구의 독주는 언제 끝날까? 여자단식 4강을 준비하는 디펜딩 챔피언 왕만유. 사진 flickr.com.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는 전 세계 탁구강국의 미래를 짊어진 18세 이하 선수들이 겨루는 주니어들의 국가대항전이다. 훗날 세계의 탁구판도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다. 우리 시간으로 7일 새벽 폐막하는 이번 대회는 중국 선수들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며 메달 색깔을 정하는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이미 세계랭킹 상위권을 독점하며 국제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중국탁구는 그 미래도 현재의 판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탁구의 독주는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끝을 알 수 없어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한 시간들이다.

물론 탁구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승부는 다음 번 대결의 예고편이자 좋은 스승이다. 단지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또한 모두가 안다. 그게 언제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세계 최강 중국탁구를 넘는 ‘승리’를 위해, 오늘보다 내일의 더 나은 승부를 위해 뛰어야 한다. 프랑스 방데에서 치러진 2015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도 그 과정에서 좋은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