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대사외과학회 "수술은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 수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가수 신해철이 의료사고를 당해 고인이 된 이후 국내 고도비만 환자들이 이 수술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소속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도비만 수술은 지방세포 자체의 심각한 변성으로 지방세포가 정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 수술은 지난해 10월 고 신해철 씨의 의료사고 이후 국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내 비만치료 건수가 가장 많은 A 병원의 경우 사고가 일어나기 전만 해도 매월 40건의 고도비만 수술이 꾸준히 이뤄졌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신규수술이 일체 끊겼다. 그나마 한 달에 1~2건 이뤄지는 수술도 위를 축소하는 데 썼던 밴드를 풀기 위한 게 고작이다.
 이런 사정은 비만수술을 하는 대부분 병원들이 비슷하다.
 A 병원 원장은 "신해철 씨 수술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예약 취소가 잇따르더니 지금은 이 수술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 "의료계 전반적으로는 95% 이상 수술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베리아트릭 수술'로 불리는 고도비만 수술 치료법으로는 위밴드,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등이 있다. 이들 수술법은 체형 성형을 위한 지방흡입술과는 구분된다.
 이중 가장 많이 시행되는 위밴드 수술은 특수한 고리모양의 실리콘 풍선 밴드를 위의 윗부분에 감싸줘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모래시계'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법이다. 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보통은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다음 날부터 활동 가능할 정도로 일상생활에도 무리가 적은 편이다.
 이 수술은 위 일부분을 잘라내 위의 크기를 줄이는 위절제술보다 비교적 합병증이 적은 편이어서 최근에는 고도비만 치료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 언제든 원하면 밴드를 풀 수 있으며 밴드를 풀게 되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위 우회술은 음식이 내려오는 길을 분리해 음식의 흡수를 제한하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미 지난 9월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 치료가 비수술치료보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가 좋은 대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만 탈출을 위한 방법으로 실패 확률이 높은 '운동·식이요법'보다 '수술'을 권고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 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건강보험공단이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자료 1억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초고도비만율은 0.2%에서 0.5%로, 고도비만율은 2.5%에서 4.2%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BMI가 30이 넘으면 당뇨, 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의 합병증에 걸릴 위험과 사망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김용진 순천향의대 외과 교수는 "고도비만은 신체가 비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계점에 이르러 비만에 의한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거나, 이미 비만관련 질환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특히 일반적인 체중감량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비만 대사 수술이 현존하는 치료법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수술의 위험성도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수민 비만대사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은 "2000년 이후 10여년 사이 암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고난이도 수술이 복강경으로 가능해졌다"며 "실제 복강경 수술의 발전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고도비만 수술로, 복강경 적용이 보편화된 2003년 이후 고도비만 수술의 사망 위험은 0.08%로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오는 2018년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고도비만 수술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렸다.
 최승호 비만대사외과학회 회장은 "고 신해철씨 사건과 관련해 주무학회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윤리위원회를 신설한 만큼 실질적인 안전성 프로그램 강화 차원에서 세부전문의 및 인증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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