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자가 길을 건너던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 세이프타임즈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던 기회가 3년 전부터 최소 2번 이상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오후 5시쯤 언북초 3학년인 A군(9)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학교 후문으로 나온 뒤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30대 남성의 차에 치여 숨졌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와 합동으로 '서울시교육청 교통안전시설 점검'을 진행했다. 대상이 된 초등학교 20곳에는 언북초도 포함됐다.

A군이 사고를 당한 길은 폭이 4~5m로 좁고 가파른 데다 보도가 없는 '보차(보행자·차) 혼용도로'였다. 점검 보고서에도 '언북초 후문은 동서 방면으로 차량이 많이 통행하며 급경사로 이뤄져 보차 사고 우려가 높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고원식 교차로(높게 포장된 교차로)'나 '사괴석 포장(노면을 울퉁불퉁하게 돌로 포장하는 방법)' 도입, 일방통행 운영 등 사고 예방 대책을 요구했다.

해당 내용을 강남경찰서에 통보했고 경찰은 강남구청에 일방통행 적용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다.

하지만 구청은 같은 해 3월 주민 50명 가운데 48명이 반대했다는 의견 수렴 결과를 경찰에 알렸다. 논의 취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없이 답변을 희망하는 주민만 의견을 제출하게 해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조사였다.

두 번째 기회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언북초는 당시 수립된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 대상으로도 선정됐었다.

이에 당시 현장 여건에 따른 맞춤식 보행 친화 도로교통 환경, 폭 8m 이하 도로엔 심플한 디자인과 스탬프를 비롯한 요철이 있는 포장 보행로 조성 등이 추진됐다. 하지만 구청은 학교 앞 제한속도를 시속 30㎞에서 20㎞로 낮추는 데 그쳤다.

3년 전부터 사고 위험성이 제기됐음에도 구청·경찰이 손을 놓고 있던 탓에 결국 인명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방통행 지정은 경찰 소관이고 보도 신설은 구청 소관이어서 문제의 도로처럼 폭이 좁은 곳은 두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해 두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뺑소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를 적용하지 않은 점도 유족과 학부모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현장 인근에서 체포돼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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