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이디"
눈매가 매혹적인 여인이
독참파의 단아함처럼 깨워나는 방비앵의 아침
창문 너머 흙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운무(雲霧)처럼 살갑다
굴곡의 산과 들 그리고 강, 언덕을 넘어 찾아든 바람
한가롭게 볏줄기 뜯는 가축 뒤로 뭉게구름 피어나고
부족한 게 없어 모자람을 만족으로 아는 사람들이
여름꽃을 피워 내게 인사를 한다

몸은 현재를 살지만
마음은 내일을 준비하는 사원의 기도가
하늘과 땅을 떠받치고 있어 산야는 물론
거리를 배회하는 풀꽃조차 나른하다
자비로운 불상이 자리한
비엔티안의 뜨거운 열기와 낯선 느림
어둠 속에 숨어버린 별들을 불러내는 빠뚜사이 광장

내 사랑 라오!
잊혀진 기억의 향수로 나를 안아준 땅
메콩강은 하얀 치아처럼 반짝이며 장엄하게 흐르니
언젠가 그대들의 심장이 세상을 울리리라
먼 과거 욕심 많은 신(神)이 혼자 즐기려 자신의
가슴에 가둬버린 라오

낮은 가로수는 수줍고 창공은 푸르러
어리석은 신이 목숨을 다해 유언을 남겨놓는 날
채울 수 없는 정념도, 가둬버린 심욕도 사라져
인도차이나 반도가 그대의 품에서 눈을 뜨리
날개를 펴리, 느긋한 그곳에서 가벼운 옷 갈아입고
비어 라오(Beer Lao) 한잔에 춤을 추리

라오! 잊지 말게
넓은 우주, 많은 이들이 사는 지구 한편
태양을 향해 우뚝 솟은 대나무처럼
'생명의 나무' 자라는 계곡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 물소리
거대한 숲속의 정령들이
그대들의 노곤한 어깨를 다독여 줄 것이니
비단같은 숨결, 아릿한 얼굴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들어앉아 즐겁게 노래 부를 것
못 이룬 사랑처럼 가슴 시린
내 사랑 라오!
붉은 쏭강에 빗줄기 휘몰아치는
밤 사이 오늘도
"사바이디"

손남태 시인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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