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험성평가 등이 일부 강화된 측면이 있으나 △작업중지 완화 △노동자 처벌 등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안전보건규제 완화 내용이 곳곳에 박혀있고, 제5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재탕한 수준의 로드맵이다.

이번 로드맵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 추진 배경의 문제점

정부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처벌을 강화하였으나 8년째 사고사망만인율이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 개정된 산안법이 시행된 것은 2020년 1월이지만 강화된 처벌이 반영된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통해 2021년 7월부터 시행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에 대한 재판이 평균적으로 3~5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을 가정할 때 처벌 강화로 인한 효과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 진단의 문제점

산업안전보건법령이 1220개 조항으로 방대하고 세세하게 규정하여 현장 수용성이 낮고, 자발적인 예방 역량 형성 동기를 저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반대다. 자율적인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더욱 방대하고 세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령과 관련해 조항을 개발하고 최신화하는 개선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기술의 제정 등)이 유명무실한 상태에서 가이드, 매뉴얼 등에 매몰된 것이 현재 산업안전보건법령의 현실이다. 

정부는 "안전은 근로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에도 그동안 사업주 책임에 부가된 근로자의 '권리' 중심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근로자가 안전보건주체로서의 현장 참여와 실천적 행동이 부족하다"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안전보건과 관련한 권한, 예산(시간과 비용), 여건 등은 제대로 보장 하지 않으면서 안전보건 관련 직책만 맡겨놓고선 노동자 탓을 하고 있다. 

■ 전략 1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 문제점

위험성평가 실시 기업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하여 검찰·법원에서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의무사항인 위험성평가를 마치 대단한 노력을 한 것처럼 포장하여 정부가 수사 봐주기로 솜방망이 처벌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위험성평가제 현장 실행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①전체 단계에 근로자 참여 확대 ②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 TBM 강화 ③관리감독자 역할 강화 등을 의제로 뽑고 있다. 

먼저, 위험성평가제 현장 실행력 제고를 위해서는 단순히 위험성평가를 기법으로 보기 이전에 제도로서 실행력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판단기준과 미이행에 대한 벌칙과 제재를 명료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자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욱 상세하게 설정해야 한다.

둘째, 전체 단계에서 근로자 참여를 확대시킬 경우 취지에 맞게 제도화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단계에서의 참여를 입증하지 못하면 위험성평가 자체를 부적정, 미실시 등으로 판단할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 TBM 강화의 경우 실질적인 종사자의 의견청취 절차로 이어지고 인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 기록, 검토,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의 업무 권한 및 여건이 보장되고 제공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 관리감독자 역할 강화은 단순히 가이드,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진단에서 지적하였듯이 권한과 여건 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역할 강화는 권한 없는 책임성 강화에 불과하다.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충분히 예방 노력을 한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 시 반영하겠다는 것을 공언하였는데, 산재예방은 선택이 아닌 의무의 영역이며 충분한 예방 노력에 대한 입증을 정부가 해주는 것은 잘못하면 산재에 대한 수사 봐주기 우려가 있다. 

정부는 작업중지와 관련하여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기간·범위, 해제절차 등 합리화 및 급박한 위험 시 사전예방 목적의 '한시 작업중지' 예외적 실시 근거 마련하겠다고 했다. 

합리화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안전보건규제 완화다.

작업중지는 경영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완화됐으며 산안법 전면 개정 당시 시정조치 명령이 전제되어 제한적인 요건과 대상으로 축소되어버렸다. 정부가 합리화하겠다는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기간·범위, 해제절차 등은 이미 2019년 5월 20일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범위·해제절차 및 심의위원회 운영 기준'을 통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경영계의 규제 완화를 받아들여 로드맵에 담았다.

경영계에서는 산업안전감독관의 재량으로 과도한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작업중지는 제재가 아닌 행정명령으로서 형사처벌과 달리 운용되고 있다. 현재 현장에서는 사전예방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요구한 경우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사전예방 성격의 작업중지를 묵살시키고 있다. '급박한 위험'만을 사전예방 목적의 작업중지로 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잘못된 개선방안이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불확실성 해소[14페이지]를 빌미로 중대해재처벌법 의무 축소를 로드맵에 담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령을 통해 13개로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험성평가, 재발방지대책 등 일부 조문만 핵심 사항으로 두는 것은 축소다.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확행하겠다고 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월권행위로 내었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연구용역의 내용 중 고의와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형사처벌하라는 연구용역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이다.

관련한 의제에 산안법, 중대법 정비를 위해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운영하겠다고한 것도 노사라는 실제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정부가 입맛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악하겠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전략 2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집중 지원·관리 문제점

정부는 민간 기술지도를 위험성평가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개별 안전조치 미비점 지적 위주에서 위험성평가 컨설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의 위험성평가 컨설팅은 보고서 작성에 매몰되어 민간재해 예방기관이 보고서 작성을 대신해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구체적으로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에 집중하고 형식과 내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자체적인 평가 진행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 위험성평가 인정제도를 개편하여 소규모기업의 안전수준 확인·향상을 위한 인증제도 신설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도 산업안전보건 인증제는 'ISO 45001, KOHSA-MS'등이 존재한다. 해당 인증제도 등에 경우 샘플링 한계, 심사원간 역량차, 업종별 평가기준 부재, 사후관리 부실 등으로 인하여 개선이 필요한 실정에서 새로운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감경 및 면책을 위한 국민의힘 중대재해처벌법 일부 법률개정안을 반영하기 위함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건설·제조업 스마트 기술·장비 중점 지원을 의제로 설명하며 AI CCTV,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등 노동자의 통제와 감시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의 대책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 안전보건기술의 경우 활용근거와 악용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가 현재 없거나 빈약한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스마트 안전보건 기술과 관련하여 개인정보 보호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 원칙이니 괜찮다고 주장하나, 개인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를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술로 인한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근로계약에 명시해야 하는 사항에 기술의 활용을 통해 수집한 노동자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내용에 대하여 산재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서면 합의를 통해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새로운 위험요인 산업구조 및 기후 변화 등 대비를 위한 설명으로 대부분 가이드, 매뉴얼을 통해 현장에 배포하겠다고 했다. 최소한의 법제화 노력조차 없이 운에 맡기는 안전보건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 전략 3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문제점

정부는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확립 관련,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 확립을 위해서는 노동자가 안전보건의 주체로서 역할과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활동시간과 여건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권리와 역할이 부재한 채로 책임만 강화한다면 현장의 안전보건 활동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수칙을 위한 '표준 안전보건관리규정'의 경우 '안전수칙'에는 노동자의 보호구 착용 등만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2인1조 작업(복수인원 작업) 등을 포함하여 회사가 수립한 안전수칙(표준안전작업매뉴얼, SOP) 전반을 다룰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전수칙 제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고, 그러한 과정을 노사가 합의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 참여'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 중 하나는 '자신이 준수해야 할 안전수칙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 확대를 위해 근로자의 작업중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범위·요건 등 매뉴얼 마련을 하겠다고 했다. 작업중지는 권장 사항이 아닌 권리이자 의무로서 법률적 의무사항이라는 배경에서 해석과 접근이 필요함에도 매뉴얼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또한, 사전예방 성격의 작업중지 발동으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문제를 제기할 경우 노동자가 대처할 방법을 정부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안전보건교육 내용 및 체계 정비를 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하여 CEO 교육의 경우 안전보건경영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50인 미만 기업 CEO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 기회 확대·제공하겠다고 했다. 현행 안전보건교육은 대부분 실무자, 관리자 교육에 치중되어 의무화로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사업주, 경영책임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여 안전보건경영이 기초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전략 4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문제점

정부는 기관 간 협업·거버넌스 구축 추진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의 핵심은 '기관 간의 협력'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음을 유의하여 노동자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협의' 과정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산업안전 거버넌스 정비방안으로 볼 수 있다. 

양질의 종합 기술지도·컨설팅을 제공하는 안전보건 종합 컨설팅 기관 육성도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전직 관료나 법조인 출신으로 안전보건 기술지도와 컨성팅이 난립하고 있으므로 향후 지양할 필요가 있다. ⓒ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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