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눈빛이 마주쳤다
나는 재빨리 눈을 돌려 그의 세상에서 뛰쳐나왔지만
조금 전 그의 눈빛 안에 갇혀버린 내 눈빛을 기억하고 만다
그와 나는 같은 시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먼 곳을 여행하고 있다
같은 거리에 있다고 해도
햇살에 익은 바람의 농도가 같다고 해서
꿈꾸고 좋아하는 음식이 동일하지는 않다
나에게도 그의 눈빛이 있다. 그것을 볼모로 내게서
빼앗아간 내 눈빛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 사람의 영혼에 또 다른 이의 영혼이
오랫동안 갇혀 있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면 나는 그 거리에서
잃어버린 내 눈빛을 찾아 서성이고 만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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