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지
양심이 눈을 뜨거나
뜨거운 의협심이 솟아오를 때
떠난 사랑에 대한 집착이
불쑥 머리를 내밀 때면
저어하는 마음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
흰 국화를 보게 되면
절로 차분하게 된다든가
반려견의 순한 눈동자에
엄마 미소짓게 된다든지
차를 마실 때면
향기부터 음미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힘이
때론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단 말이야
오래된 편지를 읽었어
시간 여행이 시작됐지
감정이 실하게 돋아나
이거다 싶었지
그 사람과 대화를 하듯
마구 오감이 쏟아져
나도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네 정체가 궁금했어
그런데 말이야
마치 계획된 움직임에 따라
추억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면서
잘 학습된 현재를
미래에 담아내는 노력이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지
처음 보는 사람이
맨 마지막에 남겨진
이 시간처럼 말야
고독의 힘이
외로움보다 강하게
느껴질 때면
난 항상 너를 생각해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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