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요청에 따라 부채에서 변경해
문제 없으면 '분식회계 논란' 일단락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 최대 쟁점 부상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세이프타임즈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했다. 기존엔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이익 가운데 일부를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로 분류해왔는데 이 부분을 회삿돈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다.

11일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내년도 간이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8.51%·시가 30조원가량)을 팔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본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분(계약자 지분 조정)은 6조원 가량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IFRS9) 도입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삼성생명은 부채가 대폭 늘어나고 자본이 줄어드는데 삼성전자 지분을 자본으로 분류하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매도 가능한 주식으로 뒀을 때 삼성전자 주가 등락이 바로 손익에 반영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 소비자에게 돌려가야 할 배당금을 회삿돈으로 분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제출한 제무제표가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이프타임즈>에 "국제회계기준서와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보험사들이 동일하게 회계처리를 하게 된다"며 "간이 제무제표는 금감원에서 내려진 양식에 따라 작성했고 이 양식에도 자본에 이익잉여금 항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분식회계'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금감원이 회계처리 변경을 요구하면 삼성생명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회장 '취약한 지배력' 어쩌나 … 삼성생명법 국회 통과 여부 '관건'

삼성생명이 보유한 3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은 오랫동안 삼성 지배구조 문제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1.63%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한 지분 연결고리가 약해질 경우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영원히 팔지 않는 쪽으로 회계처리를 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발의된 것과 맞물려 삼성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 소유하도록 돼 있다. 이 때 기준이 되는 3%는 지분의 현재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과거에 취득한 주식의 가격이 세월이 흘러 많이 오르더라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는 보험사들이 과거에 취득한 계열사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현재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취득한 계열사 주식 3%의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는 30조원 가량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 315조원 규모의 10%정도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이 개정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량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줄어들면 그만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박용진 의원은 "은행, 저축은행, 금융투자업 모두 시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오직 보험업권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이제는 보험업법을 직접 개정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이재용 한 사람을 위한 혜택이 아닌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들과 투자자 모두에게 공정한 혜택이 돌아가게 할 때"라며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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