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요청에 따라 부채에서 변경해
문제 없으면 '분식회계 논란' 일단락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 최대 쟁점 부상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했다. 기존엔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이익 가운데 일부를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로 분류해왔는데 이 부분을 회삿돈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다.
11일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내년도 간이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8.51%·시가 30조원가량)을 팔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본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분(계약자 지분 조정)은 6조원 가량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IFRS9) 도입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삼성생명은 부채가 대폭 늘어나고 자본이 줄어드는데 삼성전자 지분을 자본으로 분류하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매도 가능한 주식으로 뒀을 때 삼성전자 주가 등락이 바로 손익에 반영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 소비자에게 돌려가야 할 배당금을 회삿돈으로 분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제출한 제무제표가 자의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이프타임즈>에 "국제회계기준서와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보험사들이 동일하게 회계처리를 하게 된다"며 "간이 제무제표는 금감원에서 내려진 양식에 따라 작성했고 이 양식에도 자본에 이익잉여금 항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분식회계'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금감원이 회계처리 변경을 요구하면 삼성생명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회장 '취약한 지배력' 어쩌나 … 삼성생명법 국회 통과 여부 '관건'
삼성생명이 보유한 3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은 오랫동안 삼성 지배구조 문제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1.63%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한 지분 연결고리가 약해질 경우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영원히 팔지 않는 쪽으로 회계처리를 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발의된 것과 맞물려 삼성 지배구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 소유하도록 돼 있다. 이 때 기준이 되는 3%는 지분의 현재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과거에 취득한 주식의 가격이 세월이 흘러 많이 오르더라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는 보험사들이 과거에 취득한 계열사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현재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취득한 계열사 주식 3%의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는 30조원 가량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 315조원 규모의 10%정도에 해당한다.
보험업법이 개정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량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줄어들면 그만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박용진 의원은 "은행, 저축은행, 금융투자업 모두 시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오직 보험업권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이제는 보험업법을 직접 개정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이재용 한 사람을 위한 혜택이 아닌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들과 투자자 모두에게 공정한 혜택이 돌아가게 할 때"라며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