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피해자 5만명 예상

▲ 샘 뱅크먼 FTX대표와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인수 합의에 실패했다. ⓒ 알라메다, 바이낸스
▲ 샘 뱅크먼 FTX대표와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인수 합의에 실패했다. ⓒ 알라메다·바이낸스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급격한 성장으로 주목을 받아 온 FTX에 뱅크런이 발생하며 파산 위기에 처했다. 특히 FTX가 다양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했기에 관련 자산이 덩달아 폭락하고 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루나 사태에서 배웠기에 선제적으로 FTT를 대량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의 FTT보유액은 5억8000만달러, 이를 시장가로 매도하는 것은 FTT와 FTX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었다. 

창펑자오 대표는 "FTX를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구속력 없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듯했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9일 트위터에 "FTX에 유동성을 지원하려 했지만 기업 실사를 해보니 이 문제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FTX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콰이어캐피탈 11일 FTX에 투자한 2억1350만달러의 지분가치를 '0달러'로 전액 상각처리했다고 밝혔다. FTX의 유동성 위기로 지급 능력에 위험이 생겼다는 이유다. FTX는 올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 320억달러(44조2000억원)로 평가된 회사였다.

이 같은 소식에 비트코인이 폭락하며 1만6000달러선을 깼다. 바이낸스 또한 미 법무부의 자금유출 의혹을 받는 와중에 벌어진 사태라 그 여파가 더 크다. 5일동안 비트코인 -12%, 이더리움 -16%, 도지 -24%, 솔라나 -34%, 앱토스 -32%의 하락이 있었다.

▲FTT 사태 시간표. ⓒ 유진투자증권
▲ FTT 사태 시간표. ⓒ 유진투자증권

블룸버그는 10일 "80억달러를 제공할 구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FTX는 파산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며 "FTX는 재정적인 부담 외에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사를 받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거래 규모로 세계 2위권이었던 거물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린 건 자체 발행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몸집을 키운 구조가 드러나면 서다.

FTX는 FTT라는 토큰을 발행해 자매 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줬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에서 빌린 FTT를 담보로 달러를 외부에서 빌린 뒤 그 돈을 FTX 거래소에 입금했다. 이 달러로 FTT 토큰을 사들여 가격을 띄웠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를 통해 얻은 차익으로 더 많은 대출과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루나 사태와 구조가 비슷하다.

한편 미국 법무부가 1억2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1조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산업을 지배하는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 암호 거래액 80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바이낸스 거래소와 연관돼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하지만 바이낸스.미국(binance.us)은 이란 거래소 노비텍스, 월렉스, 테더랜드 등에서도 15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체인 분석 자료에 나타났다.

2019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란 고객을 위해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2억4000만달러를 이동하는 등 형사제재 위반으로 미국 당국에 9억3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은행 BNP파리바는 2014년 이란을 포함한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89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두 은행 모두 통제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낸스도 이러한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FTX의 출금은 11일 금지된 상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렛폼 인덱스에 따르면 대략 5만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한 국내 투자자는 "자산의 80%가 FTX에 묶여있다"며 "업비트에서도 전부 출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의 바이낸스 수사로 가상화폐 투자 상황이 불안했던 가운데 현금성 자산 인출 금지라는 초유의 사태는 단순 거래소 뱅크런으로 인한 혼란을 넘어 코인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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