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 세이프타임즈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의료 당국의 수차례 요청에도 서울 용산구가 영안실 섭외 등 사망자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고현장에서 최근접 병원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 70여구의 주검이 몰렸고 정작 응급 치료가 필요했던 중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먼 거리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입수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상황실 상황일지' 등에 따르면 응급의료상황실과 소방당국은 수차례 용산보건소에 장례식장 현황 파악을 요청했지만 참사 발생 5시간이 넘도록 안치실을 확보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령 긴급구조 현장지휘 규칙에 따르면 응급의료소장(지역 보건소장)은 사상자 이송 ·현황 파악 등을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 역시 지역 시·군·구청과 보건소가 사망자 관리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에겐 사망·사상자 관리 의무가 있었다.

용산보건소는 참사 발생 4시간가량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10분쯤 임시 안치소 장소 수배를 시작했고 오전 2시 45분 장례식장이 아닌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임시 영안소를 마련했다. 그 사이 사망자를 이송할 영안실을 찾지 못한 구급대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몰렸다.

용산보건소는 끝내 안치실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형병원 관계자와 의료·소방당국이 모인 모바일 상황실에 "(병원별) 영안실 현황을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올렸을 뿐이다.

▲ 서울 용산구청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 코너에 박희영 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 용산구청 홈페이지

지난 8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용산구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을 통해 용산구의회 사무국에서 '춤 허용 조례' 관련 회의록, 해당 조례 내용, 관련 민원 내용 등 자료를 확보했다.

춤 허용 조례는 지난 4월 8일 제정된 '서울시 용산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지만 해당 조례가 만들어짐으로써 용산구 일대 일반음식점들은 클럽처럼 운영될 수 있었다.

문제는 참사 당일 용산구 이태원 일대 업소들이 클럽처럼 운영된 것이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수본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어진 주변환경이 참사 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춤 허용 조례의 적용을 받게 된 업소의 91%(24곳 가운데 22곳)가 박 구청장 취임 이후인 지난 7월 이후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구청장이 해당 조례 적용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업주들과 유착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사고에 대해 상인회로부터 첫 보고를 받을 정도로 업주들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이 "인파가 모여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텔레그램(메신저) 단체대화방이 지난 4일 폐쇄됐다 다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구청장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포함된 이 대화방의 이름은 '용산 원팀'으로 용산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이 속해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하기 전 사고 대비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화방에만 걱정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대화방은 폭파된 뒤 다시 개설됐는데 텔레그램은 특성상 대화방이 폭파되면 포렌식(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을 하더라도 대화 내용을 복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특수본으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는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행적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은 텔레그램 개설자가 아니고 대화방을 폭파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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