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선뜻 떠올려지는 사람이 없다
사건이 있었다면 기억될 일이건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음에도
도통 그려지는 인물이 없다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
시가 써지지 않는 밤
사람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
근심에 걱정이 더해지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미처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시도 시시해 지는 밤
사람 소식 끊긴 거리에서
연인을 찾듯 인연을 더듬어보는
나는
마침내 죽비를 들어
무뎌진 감각을 되살리고자 하나
도통
떠올려지는 사람이 없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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