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당시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해 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보다 이미 사망한 주검이 이 병원으로 몰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이태원 참사 당시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사고 현장에서 1㎞ 거리의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중환자들은 상대적으로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아닌 이미 사망한 주검들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몰린 셈이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목포)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사고 병원 이송 현황'에 따르면 소방청은 사망(추정)자·지연환자(생존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임시 영안소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순천향대병원에 안치했다.

또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진 사망자들의 이송 장소를 '순천향서울병원 임시 영안소', '임시 영안실' 등으로 기록했다. 임시 영안소는 재난 상황에서 병원 영안실·장례식장 등이 마련되기 전 주검을 안치하는 임시 시설이다.

이 같은 소방당국의 임시 영안소 지정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다.

행안부령 '긴급구조대응활동·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은 임시 영안소가 설치돼야 할 장소는 '현장 응급의료소'로, 설치 시점은 '사망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하기 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사망자가 한 의료기관으로 쏠리면 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의료 인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소방당국의 잘못된 초동 대처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산소방서장이 순천향대병원을 임시 영안소로 정하며 이곳엔 참사 당일 오후 11시 35분부터 2시간여 동안 76구의 주검이 몰렸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중·경상자(8명)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영안실 최대 수용 여력(14구)이 초과하자 의료진은 장례식장 복도 바닥 등에 70여구의 주검을 임시로 뉘어야 했다.

참사 다음날 오전 2시 10분 순천향대병원장이 현장 응급의료소에 '사망자 이송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소방당국은 이곳으로의 이송을 멈췄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차가 현장과 병원을 자주 오가도록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을 임시 영안소 개념으로 보고 이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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