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선 의원 "메뉴얼과 용역보고서에 경찰 책임 적시"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전 사고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경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다중운집 매뉴얼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 세이프타임즈

경찰의 주장과 달리 2005년부터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메뉴얼은 △2005년 10월 초판 △2006년 5월 2판 △2014년 8월 3판이 발행됐다. 발행처는 경찰청 경비과로 외부 유출 금지 문서다.

매뉴얼을 보면 '다중운집'의 개념을 '미조직된 다수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는 축제, 공연, 체육경기, 행사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를 불문한다'는 단서까지 붙였다.

특히 다중운집 행사의 위험성을 기준으로 경찰 개입 여부과 그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사고를 비롯해 범죄·테러·행사 방해·집단 충돌 등 여러 요소와 교통 혼잡·교통안전 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찰 인원 배치와 행정지도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거대 인파가 운집하거나 극단적으로 혼잡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지하철 입구 등에 경찰 인원을 선점 배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경찰관이나 시설물로 안전 공간·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 2005년 경찰청이 제작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 2005년 경찰청이 제작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법적 근거로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경찰법·경찰관직무집행법·도로교통법 등도 제시했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와 교통안전 확보 등이 경찰 임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 경찰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이같은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13만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몰렸지만 경찰은 고작 137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인파 통제가 아니라 마약 단속 목적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주최자가 있는 행사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행사 관리의 1차 책임이 주최자에 있다'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했다. 소상공인과 시민이 '자발적으로 연 행사'이기에 경찰이 나설 여지가 불분명했다고 항변해 왔다.

특히 주최측이 없는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매뉴얼은 없다고 까지 했다.

임호선 의원이 공개한 매뉴얼을 보면 다중운집 행사의 주최자 유무를 구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매뉴얼이 공개되자 "이태원 참사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매뉴얼이 아니다"며 "내부 참고용 문건이라 별 의미가 없다. 지금은 경찰도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 매뉴얼에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경찰청 연구용역으로 대구카톨릭대 산학협력단이 발행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다르다.

행사 주최가 불분명한 다중운집 상황, 매년 특정 장소에 신년 카운트다운을 위해 젊은이가 자연적으로 운집하는 경우엔 관할 경찰서장이 책임이 있다고 봤다. 사건·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는 일본 오사카 사례까지 들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경찰청 연구용역으로 대구카톨릭대 산학협력단이 만든 보고서.

연구진은 "행사의 유형과 주체에 관계없이 위험성의 판단과 관리와 감독을 담당하는 것은 안전전문가인 경찰의 임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용역 보고서를 제출받고 '정책연구 활용 결과보고서'도 작성해 연구보고서에 나온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청은 용역보고서의 활용 결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행사 안전관리 계획 수립시 적정 경찰력 배치 모델로 활용하고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개정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무용지물과 다름없었다.

3000만원의 세금을 투입해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도 대책은 세우지 않은 것이다. '주최가 없는 행사에 안전 매뉴얼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메뉴얼과 연구용역이 공개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책임론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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