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술집 난간넘어 구조요청 하자 "팔찌·도장요구"
긴급한 순간 인근 주점 '탈출구 봉쇄 의혹' SNS 확산
해당주점 비판일자 인스타에 휴업공지후 비공개 전환
용산 경찰들 "주변 술집 영업중지 및 구조 요청 거절"

▲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목을 기원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세이프타임즈
▲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세이프타임즈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 '154명 압사' 참사가 발생한 그 시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리막 좁은 골목길에서 발생한 사고이었기에 탈출구, 비상구는 과연 없었나. '허망한 죽음'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을까.

아파트 화재시에도 비상구는 있다. 베란다에 옆집과 통하는 비상구가 숨어 있다. 이곳을 망치로 깨트리면 옆집으로 탈출할 수 있다. 간혹 이 곳에 적재물을 쌓아 두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아비규환의 긴박한 순간, 인근 건물 안으로 왜 몸을 피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30일 '죽음의 나락'에서 한가닥 희망을 걸고 구조를 요청하는 시민의 절규를 외면해 참사를 키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번지면서 '탈출구 봉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한 주점이 시민의 탈출을 묵살했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이날 현장에 있었다는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밀리고 치였다. 이러다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A주점 테라스 난간에 올라갔다"는 글을 올렸다. 난간은 성인 남성 키보다 높았지만,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난간을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겨우 올라갔지만 A주점 가드로 보이는 사람이 입장 팔찌나 도장이 없으니 내려가라고 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원들이 욕을 하며 "영업을 해야 하니 내려 가라고 했다"고 했다. 직원들은 무전기로 "올라오는 놈들 싹다 막아, 씨발 던져버려서라도 내려 보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사람들이 울면서 "내려가면 죽는데 어떻게 내려 가냐. 다른 입구로 나가게 해 달라"며 사정을 하자 직원 한 명은 "그럼 빨리 나가라"며 다른 출구로 내보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주점에 사람이 가득 찬 상황도 아니었다는 증언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업주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탈출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민은 "이용객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살기 위해 올라왔던 생존자들을 매몰차게 다시 그 아비규환으로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사방에서 사람들이 조여오니까 아 진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며 "심하게 밀릴 때면 숨도 못 쉬겠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 적었다.

사방 좌우로 사람이 가득차서 숨 쉬기도 어려워 해결 방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다른 사람들에게 A주점 난간으로 올라 가라고 했다"면서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차례여서 가방을 던지고 난간을 붙잡고 겨우 넘어갔다"고 긴박했던 탈출 순간을 회고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난간 위에는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무전기를 찬 직원 3명은 저승사자와 같았다고 전했다. 그들은 "욕을 하면서 다시 내려가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한 주점이 시민들의 탈출을 묵살했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그는 자신의 뒤로 여성 몇 명이 난간을 올라왔다고 했다. 직원들은 난간을 올라온 우리에게 "술집 팔찌나 도장 있느냐"며 "그거 없으면 싹 다 다시 내려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지금 사람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그 지옥으로 다시 내려 가나."

이처럼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A주점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난간을 붙잡고 올라 온 시민을 윽박지르고 탈출구를 봉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술집에 있으려 한 것도 아니고, 계속 직원한테 사람이 진짜로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다시 내려가냐. 제발 다른 입구로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안 내보내주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술집 정문까지는 고작 6걸음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허용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난간 밑으로 다시 내려가라고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자신을 보내준 직원에게 "아니 시발 어쩌자고, 들여보내주냐"고 하면서 되레 화를 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은 겨우 거기서 빠져나왔지만 그 이후로 그 직원들이 거기를 막고 있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못 올라왔을 것 같았다. 나와 함께 난간을 잡고 올라온 여성은 다시 내려갔는지 어떻게 빠져나오긴 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또 다른 시민은 "A주점 기준 삼거리에서부터 인파가 마비되더니 장난인 줄 알고 뒤에서 밀어대고 웃던 XX들 평생 죄값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나도 기절하기 직전에 경찰들 도착해서 살아 남은 것은 하늘이 도와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옆에서 기절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숨도 안쉬어지는 순간에 있는 힘 다 쥐어짜서 A주점 가드한테 문을 열어라. 사람 다 죽는다고 소리쳤지만 듣는 척도 안했다. A주점 가드들 가게 마비되더라도 문 열어줬으면 생명 하나라도 살렸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 발버둥치면서 난간 올라간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고 입구를 막으며 내려가라고 소리치던 A주점 가드들은 시급 몇 만원에 수십명죽인 살인마"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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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한 주점이 시민들의 탈출을 묵살했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20여분이상 숨통이 조여오면서 A주점 앞에서 살려달라고 외쳤다는 그는 "의식을 잃기 직전 경찰이 도착해 살려줬다"고 했다.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경찰관들 덕분에 공간이 조금 생겼고,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려졌다"며 "내가 쓰러진 장소는 A주점 계단 입구였고 밑에는 사람들이 의식없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주점 가드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판단이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죽였고, 가게 앞에서 기절하고 CPR 받은 사람들이 몇 명인지 두 눈으로 보고 죄책감에 평생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A주점은 인스타그램에 휴업공지를 올리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주변 술집이 경찰의 구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용산 경찰서 관계자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 주변 술집이 즉각 영업을 중지하고 도와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술집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우리 밥 먹여 줄거냐며 비아냥 거렸다"면서 "구조에 나서지 않고 버젖이 영업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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