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대규모 압사사고를 겪은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주무기관으로 문화관광부,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대학교수, 전문가들을 포함한 TF를 구성하고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발간했다.
매뉴얼에는 압사사고를 대비해 대규모 인원이 운집할 경우 행사장 주변에 안전 관리요원 배치, 교통시설의 유입인원 통제 그리고 운집 인원을 분산하는 요령 등이 담겨 있다.
문제는, 안전매뉴얼은 △공연법 △경비업법 △체육시설의 설치·유지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상 공연장 및 공연장 이외의 장소에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단체 등이 주최하는 지역단위 축제, 각종 공연, 이벤트 등의 영역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행사를 주최하는 단위가 있고 그것을 통제하는 조직이 구성돼 있을 때 안전매뉴얼을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시민들이 단순히 이태원 밤거리를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운집했다면, 특정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 참가했다고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Seoul nightclub district', 'Seoul's nightlife district'
CNN을 비롯한 외신에서 이번 이태원 사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표현한 단어 중 하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경쟁하듯 핼러윈 행사를 기획하고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받아들인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또 다른 그들만의 핼러윈을 즐기게 됐다.
서울의 밤거리를 대표하는 이태원은 그렇게 수많은 청년을 불나방처럼 모이게 했고 누구의 관심도 없이 10만명의 인파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그동안 초대형 인파가 몰린 행사는 과연 없었을까.
가깝게는 불과 3주 전 100만명이 몰린 '여의도 세계불꽃 축제', 그리고 100만명이 운집했던 '2002년 월드컵 광화문 거리 응원'과 다양한 촛불 집회와 정치적 시위를 살펴봐도 인파에 의한 사고는 미미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다른 게 있다면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을 개최하는 주관 사업장이 있어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주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처럼 소규모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행사에는 안전 취약 지대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이제라도 많은 사람이 운집할 만한 곳을 파악해 주최측이 존재하는 여타 행사에 준해서 충분한 현장 인력을 운용하고, 시민들의 이동방향을 원활하게 하는 등 안전 활동 강화와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행정, 치안 그리고 소방 등 위급상황 대처와 관련한 부처 간의 책임 공방이나, 남 탓하는 일도 없도록 안전과 치안에 관해서는 상호 유기적이되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명확히 하는 지역 관리 시스템 정비도 물론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이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은 사고의 희생자를 위한 조용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이번처럼 지역을 관리하고 시민안전을 정책 순위 1번에 두어야 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와 넓게 보면 광역시 그리고 경찰의 역할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성찰하고 그 결과를 매뉴얼처럼 명문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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