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조짐 '시그널' 있었지만 결국 대형 참사
세계불꽃축제 도로통제·안전요원 배치 '대조'
중대시민재해 유발 오세훈 시장 책임론 부상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초유의 압사 참사를 놓고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은 서울시, 용산구, 경찰 등 행정당국에 비판과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아 참사를 유발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물론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SNS에서는 중대시민재해를 유발한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론과 더불어 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젊은 층이 대거 운집할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루 전인 28일부터 수만명이 몰려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아 참사를 유발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SNS에는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경찰이 대거 공권력을 투입해 시민안전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울시

◇ '10만 인파' 예상 안전대책 없었다 = 서울시는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주최측이 있는 대규모 행사가 예정된 것은 아니어서 핼러윈에 대비해 따로 특별대책을 마련하거나 상황실을 운영하지는 않았다"며 "자치구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 8일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10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 인근 도로 통제와 안전요원 배치 등 안전대책을 수립한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의 안전대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3년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두고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박희영 구청장이 아닌 유승재 부구청장이 주재했다. 

회의 논의 내용도 인파 관리가 아닌 방역, 시설물 점검, 음식점 지도점검 등에 맞춰졌다.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도로 통제와 일방통행 등의 안전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핼러윈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엔 좁은 골목이 많지만 통행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구는 "27∼29일 28개조, 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만명에 달하는 인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고 후 박희영 구청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 명의의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 게시된 콘텐츠도 모두 사라졌다.

용산구는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사고 수습에 집중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 경찰과 관계기관이 핼러윈을 앞두고 모여 미리 회의까지 했으면서도 적극적인 현장 통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사고 발생 사흘 전인 26일 경찰과 용산구, 지역 상인단체 관계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평소 주말보다 많은 200명을 이태원에 배치했지만 안전 관리가 아닌 성범죄, 마약, 절도 등을 단속하는 임무에 치중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핼러윈을 맞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이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며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경찰청
▲ 윤희근 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경찰청

◇ 예고된 좁은 '골목길 인파 쏠림 위험' =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턴 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가로 폭이 3.2m로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금요일인 28일부터 이태원 골목 곳곳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8일 밤에도 인파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졌다가 다행히 사람들이 이동을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목격담이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현장 방문자들은 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비극을 맞았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인 29일은 오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사고 직전인 밤 10시쯤에는 사고 골목과 그 주변이 한 발자국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사고가 난 지점이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었다. 세계음식거리 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와 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엇갈리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태원 일대 통행량을 조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나마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켰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 불꽃축제 때는 여의나루역 등 승강장에 인파가 몰리자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불꽃축제처럼 시작과 종료 시각이 정해진 행사와 달리 핼러윈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것이 아니어서 무정차 통과가 적절하지 않다"며 "오히려 시민의 귀가를 방해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11시 10분쯤 이태원역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고 오히려 귀가 수송이 필요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사고 후 현장에 있는 시민을 조속히 귀가시키기 위해 이날 새벽 셔틀버스와 임시 열차를 편성해 투입하기도 했다.

사고 전후 상황에 비춰보면 지하철역 무정차가 아니라 역 주변에서 골목길 진입 통제 등 조처가 필요했다는 것이 공사 측 입장이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에 이르는 토요일 저녁부터 왕복 4차로인 이태원로 일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사람들이 모일 공간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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