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우주 생성 초기의 시간과 상대적으로 팽창이 거의 정지된 오늘날의 시간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우주 공간에는 어디에나 '우주 배경 복사파'란 미세한 빛 신호가 나타나는데, 이게 우주 생성 때와 오늘날을 연결해 주는 '우주시계'입니다.

이를 토대로 한 천체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주 대폭발 직후의 우주 온도는 현재보다 1조 배 정도 높았습니다. 이는 그때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빨랐다는 뜻입니다. 이를 오늘의 시간으로 계산해 보니 우주 탄생은 10*-53초, 은하계 탄생은 10*-38초가 걸렸습니다.

또 초기 우주의 온도가 지금보다 1조 배 정도 높았기에 우주시계의 주파수도 지금보다 1조 배 정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태초에 우주시계가 한번 똑딱거렸던 주기는 현재보다 1조 배 정도 짧았고, 우주 생성 직후의 1초를 오늘날의 지구 시간으로 환산하면 1조 초, 3만 년 정도가 됩니다.

이처럼 물리학은 인간의 인식 범위 안으로 환원한 법칙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창조주의 존재 방식은 인간의 인식 범위 밖에 있기에, 완전히 입증할 수 없고 그림자 정도만 설명할 수 있습니다.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 3차원은 높이라는 상수를 갖는데, 높이로 인해 3차원부터는 1·2차원과 다른 입체가 가능하고, 인간은 감각세포로 이걸 인지합니다. 4차원은 '시간'이 더 들어갑니다. 이를 좌표로 표현하면 1차원은 [X], 2차원은 [X, Y], 3차원은 [X, Y, Z], 4차원은 [X, Y, Z, T]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1·2·3차원에선 동일 공간에 두 존재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X1, Y1, Z1]은 [X2, Y2, Z2]와 같은 시간에 동일 공간을 차지할 수 없기에, [X1, Y1, Z1, T1]과 [X2, Y2, Z2, T2]로 표현됩니다.

지구를 벗어나서 계산하면 달라집니다. 시간은 빛의 속도 아래에서만 적용되는 물리량이기에, 초속 30만㎞ 미만의 속도에서만 [T1, T2…]가 존재합니다. 우주는 4차원 이상의 세계고, 빛의 속도를 벗어나면 시간의 양이 무한대로 늘어나기에 [T1, T2…]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나의 시간인 [T(T1=T2=…)]만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광속을 벗어나면 동일 시간에 서로 다른 좌표를 가진 존재가 같은 공간에 겹쳐서 자리 잡는 일이 생깁니다. 다른 사물인데도 동일 공간을 차지한 채 시간 [T]는 같기에, [X1, Y1, Z1, T], [X2, Y2, Z2, T]가 가능해집니다. 일종의 다중우주처럼 되는 셈인데, 이걸 서술하려면 3차원과 다른 사고를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시공간을 창조하셨기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시는데(창세기 1:1), 이걸 '영원한 현재'라고 합니다. 인간에게만 과거·현재·미래가 있고, 하나님께는 이런 구분 없이 모두 현재란 뜻입니다.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은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오는 데 8분 걸립니다. 그래서 빛을 떠나보낸 태양에선 과거인데 지구는 이를 현재로 인식합니다. 또 이게 태양과 인간이 사는 지구는 과거·현재지만, 은하계나 우주 전체의 시간에선 과거·현재·미래가 나뉘지 않는, 흐르지 않고 같은 시간인 [T]입니다.

인간도 우주 일부분으로 4차원이라는 시간이 상수로 포함된 영역에서 살고 있지만, 인지하는 건 3차원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하나님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인간이 시간 여행을 하는 [X, Y, Z, T]의 존재가 된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기록된 역사를 바꾸고 미래로 갔다 현재로 와서 내일 일어날 천재지변을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이런 존재가 되면, 그때는 창조주를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할 것입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 칼럼집 아나돗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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