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홍철 전문위원 ⓒ 세이프타임즈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로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표적 국민앱 카카오의 카톡 서비스와 연관 서비스들의 불통으로 인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우성이다.

뉴스는 연일 카카오 불통사태를 조명하기 바쁘고, 사람들은 카카오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바쁘다. 그런 상황이 되자 이번 화재사고의 본질이 퇴색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임홍철 전문위원
▲ 임홍철 전문위원

며칠이 지나도 사고 수습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차분히 화재사고를 되돌아보니 언론들과 사람들이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내용들을 정리한다.

첫째, 이번 사고는 화재로 인한 재난사고다. 데이터센터 내에 위치한 무정전 전원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system)에서 화재가 발생해 벌어진 사건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대체로 카카오에게 집중돼 있으며, 카톡 등 주요 IT서비스의 불통현상과 맞물려 마치 외부에서의 해킹공격이나 인위적 방화 등으로 인해 발생한 침해사고인 듯 인식되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하지만 사고의 정확한 실체는 화재사고다. 따라서 카카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묻기 이전에 왜 데이터센터 내부의 UPS 장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막을 수 없었는지, 화재 발생 후 대응이 적절했는지, 데이터센터의 준비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이 과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둘째, 데이터센터는 대표적인 IT시설이다. 국가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의 관리대상으로 법에 의해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번 화재사고에서 출동된 소방서들에 의해 화재진압을 위해 물이 사용됐다고 한다. 아마도 화재진압을 위해 부득이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이 사용되고 IT시설이 밀집된 공간에서 물로 화재를 진압했으니, 물이 마를 때까지 모든 IT장비에 대해 전원을 켜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통상 IT시설과 자원들의 경우 전력과의 접촉을 통한 발화 예방을 위해 물이 아닌 할로겐 가스 등을 사용해 화재진압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판교와 같이 대규모로 IT기업과 시설들이 위치한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소방서 어디에도 할로겐 가스 등을 이용하는 소방차는 없다.

셋째,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가 중단된 기업은 실제로 굉장히 많다. 그러나 카카오와 계열사와 SK C&C에만 조명이 집중되다보니 나머지 기업들은 노출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 중에는 대형 게임사도 있고 전국적 규모의 배달전문 기업도 있다. 그 기업들은 자신들이 노출되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을 고마워하고 있다.

넷째, 카카오의 재해복구설비(DR·Disaster Recovery)가 충분했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임과 동시에 분노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으로 보면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있음은 사실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DR을 마련한다는 것이 기업에게 엄청난 비용부담을 끼치는 업무라는 것이다. 대기업 중에도 제대로 DR을 마련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준비했다고 해도 유사시 제대로 동작하는지는 자신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카카오와 같은 IT기반 대기업이라면 더더욱 많은 비용을 요구받는 작업이다.

따라서 무작정 DR을 마련하라고 강요하기보다 카카오 스스로 DR의 수준을 판단해 대비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다섯째, 대부분의 피해기업이 민간 기업임에도 과하다 할 정도로 정치권에서 표면에 나서고 있고, 더 나아가 관련법을 제정하겠다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간 기업이 일으킨 피해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정치가 아닌 고객들이 하는 것이다. 기업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은 고객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기업을 옥죄는 모습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 그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피고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보강하거나 마련해주면 그 뿐이다.

데이터센터 화재사고가 나자 많은 기업들과 데이터센터들이 부랴부랴 화재 등에 대비한 재난사고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기회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부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사고가 특정 기업들에 대한 성토의 장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과 대비방안을 제대로 살피고 준비하는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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