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지난 8월 법·시행령 개정 관련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져 '월권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폭과 수위를 크게 낮추자는 내용이다. 기재부가 나서 기업 요구대로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노원을)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기재부가 보낸 중대재해법령 개정방안에 대한 노동부 입장' 문건에 따르면 기재부는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노동부에 제안했다.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현행법 처벌규정에 대해 기재부는 "고의나 반복적으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거나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형사처벌 대신 "경제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기재부는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보자고 한 내용 역시 법률 개정방안에 포함했다.

그동안 경영계는 CEO가 처벌되지 않기 위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도 경영책임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대재해법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도 있는데, 기재부는 중대산업재해를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기재부는 시행령도 10개 항목에 걸쳐 개정방안을 제시했다. 경영책임자가 사업장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개선 여부를 점검한 뒤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과하는 현재 시행령을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할 의무' 수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또한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종사자의 의견을 청취할 절차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개선 여부를 점검하며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의무 역시 '의견 청취 이행 의무' 수준으로 완화하자는 게 기재부 제안이다.

이에 노동부는 "점검과 필요한 조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운영되고 안착하도록 하는 핵심 사항"이라며 반대 뜻을 전했다.

공인 기관의 안전경영체계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한 업무절차 마련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자는 내용도 기재부 개정방안에 포함됐다.

노동부는 "인증과 사고 발생 시점 간 의무이행 여부 판단 시점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전에 받은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사고가 발생 시점에 중대재해법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뜻이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경영책임자한테 의무로 지우는데, 기재부는 '관계 법령'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6개만 해당하는 것으로 시행령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노동부는 10개 법령을 넣을 계획으로, 노동계는 소방법 등을 포함해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그동안 기재부는 부처 간 정책 협의나 연구용역 내용 일부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해왔지만, 중대재해법령을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뜯어고치려는 의도가 명확해졌다"며 "기재부는 중대재해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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