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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 온라인 커뮤니티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 작품이 최근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6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지닌 열차가 중앙에 배치돼 있고 조종석에는 아내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타고 있다. 열차 객실에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줄줄이 타고 있으며 열차 앞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달아나고 있다.

고등학생의 작품으로 지난 7~8월 진행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 수상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비록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재단법인이지만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이 행사의 후원 명칭을 사용 승인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4일 만화영상진흥원의 공모전을 진행과정에서 결격사유를 확인했다며 '문체부 후원'이라는 명칭 사용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결격 사항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다.

진흥원은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문체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이 같은 경고에 '표현의 자유 탄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작품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으며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논란은 문체부가 엄중 경고에 이어 선정 과정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웹툰협회는 성명을 내고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헌법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를 소재로 삼은 그림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에는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 풍자 그림인 '더러운 잠'이 전시돼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학생 김모씨가 문재인 정부를 북한에 빗대고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절하는 모습을 묘사한 포스터를 충남 단국대학교 내에 부착해 논란이 됐다. 김씨는 건조물침입죄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풍자물을 정쟁거리로 삼는 정치권의 행태가 건강한 시사 풍자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치적 내용을 다루면 문체부가 엄중 조치하는가"라는 질문에 "최초 작품 심사 선정 기준에서 정치적 색채를 빼겠다는 약속과 달리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공모를 했기 때문에 문제 삼는 것"이라며 "윤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이 "대통령실과 연락했는가, 독자적 판단인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독자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의 신원이 노출돼 온라인상에는 혐오 표현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의 학교와 이름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 학생을 향한 욕설과 학교가 위치한 지역을 두고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혐오 표현들까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 논쟁에 앞서 권력을 비판하는 '풍자'와 약자성을 비난의 소재로 삼는 '비하'는 구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창호 웹툰협회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나체 그림은 성별, 인종 등 태생적 정체성을 가지고 수치스러움을 주는 비난에 가까웠다"며 "반면 윤석열차의 경우 열차 앞 놀라서 뛰어가는 4명의 시민은 노인, 청소년, 군인, 여성 등으로 윤 정부에서 예산 삭감 등으로 피해를 본 집단을 대표하고 있는 명확한 패러디이자 풍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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