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의료행위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 감정(신체·진료기록감정)은 필수적이다. 당사자, 대리인 또는 판사님께서 의사라 하더라도 제3자인 감정의사의 감정소견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법원 감정은 감정의사가 본인의 이름과 소속 등을 공개한 상태에서 감정신청사항 - 사건에 관해 밝히기 위해 하는 질문 – 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약 감정결과에서 불명확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면, 그 부분만을 배척하고 다른 부분만을 채택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2008. 3. 27. 선고 2007다16519판결)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감정인에 대해 감정서 보완을 명하거나 감정증인으로의 신문방법 등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판례 사안은 신생아가 제왕절개술로 출생해 2일만에 사망한 건이었다. 출생 직후에 발생한 대사성 산증과 관련해 대사성산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사성산증에 대한 조치가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감정의는 사망한 신생아(망아)에게 급성 신부전이나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대사성산증의 원인병변 악화를 사망원인으로 보았다.

반면 2심 감정의는 망아에게 급성 신부전과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고, 대사성 산증의 악화 내지 호흡근 허탈을 사망원인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2심 감정의는 사건의 진료기록 복사 상태가 좋지 않아 망아의 소변횟수를 정확히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면서도, 핍뇨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신생아 가사로 뇌, 콩팥에 혈류 공급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 핍뇨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러한 단정의 구체적인 근거 자료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감정소견에 대한 근거를 묻는 사실조회절차에서 2심 감정의는 '진료기록이 희미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세부전공이 신생아학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감정결과에 관해 그 신빙성에 관해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2심 감정 결과가 진료기록을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도 의문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모순되거나 의문점이 있는 사항만을 배척하고 망아의 사망원인에 관한 나머지 감정결과를 합리적 근거없이 믿을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위 사안과 같이 '감정결과가 진료기록을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도 확실하지 않은데, 진료기록에 명백히 반하는 부분만을 배척하면서도 합리적 근거 등이 없이 나머지 일부만을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별히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감정인에 대해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감정증인으로의 신문방법 등을 통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공방하는 사건에서,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주장 입증하는 것, 그리고 감정소견에 관해서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통상적이다.

그러나 재판부까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의미의 판결이다. 특히 재판부가 사법적 판결을 내리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절차인 만큼 감정소견에 관해서는 명확한 근거에 의해야 하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것, 그 어려운 것을 위해서라도 재판부의 소송지휘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교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대한간호협회·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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