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금 논설위원
▲ 전형금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각 정부부처에 요청하고 있다.

요청을 받은 각 부처는 '○○○ 의원실 요구자료 제출요청'이라는 공문을 산하기관에 보낸다. 공문을 받은 산하기관은 의원들이 요구하는 형식과 기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한다.

지난 9월 한 달간 경기도 모 산하기관에 보내온 국회의원 요구자료는 10건. 이 중 상위기관의 결재자 결재일로부터 산하기관이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기까지의 제출기한일은 평균 5.4일이다.

하지만 상위기관이 대체로 6시 이후 공문을 보내므로 결재일 당일과 근로자의 휴일(토ㆍ일요일과 공휴일 등)을 제외한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날짜로 계산하면 제출기한일은 평균 2.8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산하기관 담당자가 휴가를 가거나 출장이라도 가면 제출기한이 당일이거나 아예 제출기한을 넘기고 접수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열 건 중 9월 15일 이전에는 며칠 상간이라도 있었지만, 중순 이후부터는 실질적인 문서작성 후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이틀 정도였다.

▲ 국회 상임위 국회의원의 요구자료를 정부부처가 단 하루를 남겨놓고 산하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공문. ⓒ 세이프타임즈
▲ 국회 상임위 국회의원의 요구자료를 정부부처가 단 하루를 남겨놓고 산하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공문. ⓒ 세이프타임즈

위 사진처럼 어떤 공문은 어제 보내고 오늘까지 제출해 달라는 황당한 공문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상급과 하급이라는 위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의원 밑에 각 정부부처가 있고, 정부부처 밑에 소속 산하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계질서를 좇아 상급기관은 하급기관에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자료를 요구하고 강요한다.

상급기관은 자신들이 필요한 날짜에 맞춰 필요한 자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이다. 하급기관의 사정은 살필 필요도 없다.

국민의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정부부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을 주고 자료제출을 요구했는지는 하위기관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정부부처가 산하기관들에게 요구하는 자료 제출기한이 너무 짧아 산하기관 담당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 모두 최종 제출자들이 자료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일 주일이라는 최소한의 시간은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 모두 자신들의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산하기관 직원들의 고충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본다. 산하기관의 구성원들도 자신들이 맡은 고유의 업무로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의 묵직한 자료 보따리를 보면 자료를 만들기 위해 밤샘한 국회보좌관 이하 상임위 산하 정부부처, 그리고 산하기관 담당자들의 노고가 생각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산하기관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과 정부부처장 들의 따스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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