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보공개 요청했더니 비공개 자치구 많아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서울시

서울 일부 지역에 300㎜ 넘는 폭우가 내린 지난 8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6시 이후 집으로 퇴근했고,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북 군산에서 만찬했다.

그렇다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서울지역 구청장은 어떻게 보냈을까. 구청장에게는 재난 대응·복구 총괄, 재난 상황관리, 장비·인력 동원 요청, 대피명령, 통행제한 요청과 같은 응급조치 등의 권한과 역할이 주어진다.

28일 <경향신문>이 서울지역 25개 구청장을 대응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일정·동선, 침수피해 대책에 대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8월 8~10일 자치구에 요청한 구청장의 정보공개 형태는 크게 네 가지다. 완전 비공개, 8월 8일 일정만 공개하지 않음, 동선·일정 일부 공개, 동선·일정 세부 공개 등이다.

모든 일정을 비공개한 자치구는 은평구 1곳이다. 은평구는 업무일지는 '부존재'한다고 밝혔다. 주요 침수피해 대책 또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미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은평구는 "구청장 업무일지는 따로 만들고 있지 않아서 '부존재'라고 통보했다"고 했다. 은평구는 28일 별도로 8월8일 구청장 일정을 공개하면서 "상황관리 철저"(오후 5시 3분), "불광천 일대 현장 방문과 순찰"(오후 8시 30분~)이라고 밝혔다.

8월8일 당일 침수피해 대응 일정·동선이 없거나 공개하지 않은 지치구는 강동·노원·성북·종로·중랑구 등이다. 이들 자치구는 그러나 모두 9일 침수피해 대응 일정은 공개했다. 강동구청장은 "9일 오전 9시30분 지역 내 침수지역 현장 방문"이라고 밝혔다. 성북구는 구청장이 8일부터 닷새간 휴가였다고 밝히면서도 9~10일의 구체적 일정만 공개했다.

중구는 8일 침수피해 대응 일정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만으로는 중구청장이 이날 어떤 대응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중구는 그러나 9일 중구청장이 "약수역 인근 공사장, 필동 화단 붕괴 현장 방문"(오전 8시), "재난종합상황실 방문"(오후 7시) 일정을 소화했다고 공개했다.

8일 일정을 공개하긴 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자치구도 강서·관악·금천·동작 등 10곳이었다. 이들 자치구는 "일정에 기재되지 않은 시간은 재난안전대책본부 수시보고받으며 대응 체계 점검"(강서구), "오후 6시 이후: 폭우로 인한 피해점검·대응"(관악구) 등으로 당일 일정을 공개했다.

용산구는 구청장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당일 구청장 대응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동작구는 "(구청장이) 오후 6시부터 옹벽이 무너진 아파트 현장 등을 다녔다"고 했다.

8일 저녁 퇴근한 구청장도 확인됐다. 강서구는 "(구청장님은) 오후 6시 즈음 퇴근한 뒤 유선으로 지시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폭우 당일 구청장의 퇴근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답변으로 대신한다"고 답했다.

강북·성동·송파 등 8개 자치구는 구체적으로 당일 일정을 공개했다. 대부분 8일 오전부터 대비 태세를 갖춘 자치구가 자세히 구청장 일정을 공개했다.

정보공개 내용을 보면, 강북·성동·송파구는 8일 오전 7~8시 회의 때부터 '수해예방근무철저' 등 구청장의 지시가 나왔다. 비가 쏟아진 오후 6시 이후에는 구청장이 상황실을 방문하거나 피해 우려 지역에 현장 순찰을 나갔다. 주민대피 지시 등은 자정 이후까지 이어졌다.

8일 저녁 페이스북에 식사 장면을 올려 논란이 된 마포구청장은 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30분쯤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는 "구청장 석식 중 사건·사고 상황 유선 확인"(8일 밤 9시 19분), "구청장 땅꺼짐 사고 상황 유선 확인"(9일 오전 3시30분) 등의 일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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