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30> 소방관 모두가 가슴에 품었던 초심 기억해야

소방관 시험에는 다양한 지원자가 몰려든다.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올해로 21년차 소방관인 필자 입장에서 보면 안쓰러움과 존경심이 교차한다.

지원자를 살펴보면 나이와 출신도 제각각이고 이채로운 전공과 경력도 흥미롭다. 태권도, 육상 등 운동선수 출신이 있는가 하면,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의 군경력도 있다. 영어교사, 요리사, 사업가 등도 도전장을 내민다.

소방관 면접시험에 참여해 "왜 소방관이 되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면 그들은 "소방차 경적소리에 가슴이 설레인다. 돈만을 쫓아 살아 온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껴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식의 공통적인 답변을 듣게 된다. 1년에서 5년의 공시생의 출사표처럼 들린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처음 품었던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해야만 하는' 짐이 될 때가 있다.

최근 지방의 중환자실 10살 여자 어린이를 서울 대형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했다. 하지만 이송과정에서 헬기에 있던 산소공급 연결기기 결함으로 아이가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병원과 소방관의 책임소재를 떠나 아이가 어른의 부주의와 준비부족으로 아파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제대로 훈련된 소방관, 소방장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방을 현장전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성이 게으름과 타협하고, 무사안일한다면 '제2의 세월호'는 반드시 재연될 수 있다. 소방관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그때를 기억하는가. 그 결심은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서 내가 하는 이 일의 열정이 끊임없이 불타오르도록 만들어 주는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가.

국민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은 소방관이다. 정치도, 경제도 오로지 가진자만을 위해 움직일 때, 힘없고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 믿음을 위해 소방관 모두가 가슴에 품었던 초심을 기억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실천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하려는 땀방울이 쌓이면 모든 소방관이 바라는 '그 꿈'도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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