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 하역장서 연소후 급속 확산
택배·청소·방재업무 관계자 8명 사상
정지선 회장 "무거운 책임 통감" 사과

▲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2.9.26 [독자 송영훈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이프타임즈
▲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독자 송영훈씨 제공

1명의 심정지로 시작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마는 결국 실종자 전원, 7명 모두를 집어 삼켰다.

소방청은 26일 오전 7시 45분쯤 발생한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추가 실종자 3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중상 1명으로 확인됐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13만㎡ 규모에 280개 매장과 호텔(100실), 컨벤션센터,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 시설로 2020년 6월 26일 개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과 합동 감식에 나서는 한편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관계자를 조사해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대전시도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고 시민안전실장과 대전소방본부장을 부단장으로 하는 긴급사고수습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해외 출장 중 튀르키예에서 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이장우 대전시장은 애초 30일까지였던 일정을 조기 마무리하고 귀국해 27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한 대형 아웃렛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독자 제공
▲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독자 제공

◇ 유독가스 급격히 확산 = 큰 인명 피해가 난 것은 지하주차장에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한 시간만에 구조된 40대 남성을 비롯해 실종자 수색을 통해 시신으로 발견된 나머지 직원 7명 모두 지하주차장과 하역장, 탈의실, 화물 엘리베이터 등에서 발견됐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 당시 지하 하역장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와 의류 등 적재물로 연소가 확대, 직원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지하 주차장 남쪽 하역장 인근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대원 도착 당시 바닥에 물이 차 있던 점 등으로 미뤄 스프링클러와 연기 배출장치 등 방재시설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소재 현대아울렛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화재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실종자 수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26일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화재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실종자 수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 개장전 외부손님 없어 = 화재 발생 당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개장 전이어서 외부 손님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소방본부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쯤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지하주차장 지하 1층 하역장 근처에서 불꽃이 치솟으면서 불이 났다.

목격자는 "'딱딱딱' 소리가 들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하역장 끝편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급격하게 많아졌다"며 "순식간에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와 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당시 지하실에서 근무하던 근무자는 8명. 이 가운데 7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실종됐던 직원들은 모두 숨졌다. 이들은 택배·청소·방재 업무 관련 관계자들로 파악됐다.

아울렛 개장 전이라 외부 손님은 없었고, 월요일 아침 시간이라 하역장에 근무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 26일 오전 대전 현대아울렛에서 불이나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대전소방본부
▲ 26일 오전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불이나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대전소방본부

◇ 짙은 연기에 수색 난항 =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와 인근 세종·충남·충북·전북 4개 시·도 9개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 10분쯤 큰 불길을 잡고,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벌인 뒤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짙은 연기와 유독 가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 피해가 늘었다.

지하 주차장 속 차량 등을 중심으로 열화상카메라와 연기 투시 랜턴 등을 이용해 수색에 집중했지만, 지하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에서 다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흥교 소방청장은 "현장이 워낙 넓다보니 배연작업 등 구조·수색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동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방재 직원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발생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한 명의 시신이 운반되고 있다. ⓒ 연합뉴스
▲ 26일 오전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 한 명의 시신이 운반되고 있다. ⓒ 연합뉴스

◇ 3개월전 소방 점검 완료 = 참사가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3개월 전 소방안전 점검에서 화재감지·피난 설비 등에 문제가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3~12일 현대아울렛이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점검 때 24건이 지적됐다.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 주변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경종과 피난 유도등 등도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스프링클러나 제연장치 등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울렛 측은 지적된 사항을 모두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성소방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정 회장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직원과 지역주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소방청장·경찰청장에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 26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 26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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