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사 지시없는 개인적 일탈"

▲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전자판매 노조원들과 삼성전자판매 노사협의회인 한가족협의회의 개인 신상 무단 수집 등 불법 사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전자판매 노조원들과 삼성전자판매 노사협의회인 한가족협의회의 개인 신상 무단 수집 등 불법 사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기적, 꼰대, 배우자가 의부증이 심하다 … "

삼성전자 판매사 노사협의회 대표가 작성한 '직원사찰' 문건이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전국 금속노조 삼성잔자 판매지회(노조)가 입수해 언론에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직원 80여명에 대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지분 100%을 소유한 자회사로 지역 권역에 따라 7개팀으로 나뉘어 있다.

문건에는 '3팀'에 포함된 한 직원 전체 명단이 들어가 있다. 작성자는 노사협의회 5팀 사원대표로, 조직개편이 있던 지난해 여름 이 문건을 3팀 사원대표에게 넘겼다.

문건을 전달받은 사원대표는 올여름 새로 선출된 대표에게 이를 다시 넘겼다. 문건을 전달한 e메일에는 "절대 보안 유지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문건은 노사협의회 사원대표들이 인수인계하며 공유했다. 노사협의회 사원대표가 직원들의 개인성향과 가족관계 등을 파악해 문건으로 관리해온 것이다.

엑셀파일로 정리된 문건에는 △부서와 성명 △직급 △사번 △특이사항 △가족사항(삼성전자판매사 관련) △개인성향 △연고 △복귀희망 등의 구체적인 정보와 가정사까지 기록돼 있었다.

내용에는 △고과관리 필요함 △타인에 대한 배려가 0점으로 장사를 아주 잘함 △ 꼰대 이미지가 강해 직원들과 잘 지내지 못함 등의 인사평도 담겼다.

직원들의 개인성향을 '배째라, 이기적'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배우자가 의부증 심하다, 최근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 는 등의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정보도 적혀 있다.

문건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확인한 노사협의회 팀 사원대표 3명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모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문건을 폭로한 삼성전자판매사 직원은 "회사가 그동안 직원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했구나 하는 생각에 폭로하기로 했다"며 "직원들을 감시·평가하고 비공식적으로 정리된 문건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회사는 명백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현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회사가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정보로, 전 직원에 조직적인 사찰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범죄행위"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은 '개인직원의 일탈'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건 자체는 당연히 잘못됐고 건넨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회사의 지시나 관여는 전혀 없었다"며 "개인이 참고하려고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지역에서 유사사례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 지역뿐"이라며 "회사는 이 문건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사고과 등에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있는 직원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직을 개편하면서 후임자가 요청해 처음 작성했다고 파악했다"며 "인사팀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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