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어느 누구와 꿈을 꾸는지
알 순 없지만
나는 지금 어둠 깔린
언덕에 서서
당신의 추억에 물들고 있어요
사랑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만큼 순수했다고 여겼어요
애처로웠어요
내 사랑에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고
오로지 그대였어요
그대 미소 하나면 세상이 환했고
그대 손짓 하나에 행복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어요
언제까지나 그렇게
영원히 머물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대 향수에
내 생애가 마비됐어요
그대 몸짓에
내 의식은 옴짝달싹 못했어요
하얀 날이며 하얀 날이어서
푸른 날이면 푸른 날이어서
그대가 있는 곳이면
내 행복은 나래를 펼쳤어요
사는 날 얼마나 될까
백 년이면 며칠이 될까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어느 누구와 꿈을 꾸는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감사해요
사는 동안 함께 해서
내 인생
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수놓아 주어서
깊이 감사해요
당신에 물들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내 기억의 끝
나를 지켜주고 있어서
고마워요
감사해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사는지
어느 누구와 꿈을 꾸는지
알 순 없지만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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