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가 밝힌 주장을 살펴보면 임금이나 고용·복지 조건에 대한 내용 외에도 연대임금 조성 사측 출연, 청년고용 확대, 점포폐쇄 반대,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점 제기, 산별교섭 정상화 등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 공익적 성격의 사항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금융노조의 요구안 중 금융의 공공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표하며, 금융회사 측이 노사 양측의 이익분배에 관한 사항이 아닌 공익적 성격의 주장마저도 모두 거부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동안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로 금융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조원의 피해를 남긴 사모펀드 부실사태에서 보듯,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사고는 금융회사가 수익쌓기에만 혈안이 돼 자신이 고용한 금융노동자들까지 속이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등한시 했기에 발생했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금융리스크를 높이면서까지 무리하게 실적중심 경영에 집착하는 것은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자신의 회장직 연임을 위해 단기 수익 중심의 영업전략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은행 영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비례적 책임을 지지 않는 현 지배구조의 문제가 크지만, 이사회조차 거수기로 전락한지 오래여서 회장에 대한 견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노조가 불합리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일부라도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 참관제'를 제안한 것은 타당하다. 그간 기업의 총수나 지배주주 등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이나 공익이사 선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었다.

노측의 요구가 이보다 훨씬 강도가 약하며 직접적인 이사회 참여가 아닌 참관제 정도로 제안했음에도 금융회사 측은 '경영권 침해'를 주장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사측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에 따른 문제에 책임을 지고, 고객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극단적 수익추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노조 측 주장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개별 금융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볼 수 있는 지주회사 사장의 교섭 참여 역시 노동자가 진짜 사장과 노동조건·금융회사의 공공성 확보 등을 충실히 이야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은행연합회 소통 강화 역시 당위성으로 볼 때 충분히 합리적인 요구사항이다.

비록 금융업계에서도 디지털화가 본격화돼 오프라인 점포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고령층 등 디지털소외계층이 금융으로부터 배제(financial exclusion)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금융회사들이 고민해야 할 사항임이 분명하다.

청년고용 확대, 연대임금 조성에 대한 사측의 기금 출연 역시 금융회사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과 공적인 기능, 상생 취지를 감안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항임에도 이를 원천 거부했다는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내건 주장은 사실 여러가지 배경과 요구를 담고 있으며, 공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가 노사의 이윤 분배와 관련된 사항까지 포함한 모든 내용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금융노조 측의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이에 대해 연대와 지지를 표하는 바이다.

금융회사는 국민이 맡긴 자금을 융통해 수익을 얻으며, 따라서 다른 제조·서비스 분야의 기업보다 공적인 성격이 강하게 요구되는 경제주체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단지 수익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과 다양한 국민과의 상생을 함께 고려해 운영돼야 하며,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지배구조 역시 꼭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 등이 맞물러 민생고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이 과정에서 이익에만 몰두해온 금융기관의 역할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에 금융노조가 금융공공성 회복에 적극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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