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인덕동의 A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한 인근 하천의 물이 들어차며 차를 빼러 나온 주민 9명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에어포켓에 의존해 14시간 넘게 버티다 극적으로 생환했지만 나머지 7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발견돼 사망했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15분부터 이날 오전 2시 15분 사이 9명이 구조됐다. 이 중 남성 전모씨(39)와 여성 김모씨(52)는 생존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전씨는 에어포켓이 있는 지점에 있었고 김씨는 천장 쪽 배관을 잡고 올라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70세 남성 1명, 65세 여성 1명, 68세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지하 주차장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성인 여성 골반 아래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물 위에는 신발, 인형, 화장품, 물티슈가 둥둥 떠 있었다.

자동차 엔진오일과 배수구 냄새가 섞여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빗물에 휩쓸린 차량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일부 기둥 벽면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진흙 묻은 손 자국이 남아 긴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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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됐다. ⓒ 연합뉴스

당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던 A아파트 주민들은 수십명이었다. 하지만 불과 8분여 차이로 빠져나온 이들과 남은 이들의 운명이 갈렸다.

지난 6일 오전 6시 지하 1층 구조의 A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일부 침수되기 시작했다. 오전 6시 30분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하 주차장 차량 이동 안내 방송이 나왔고 일부 주민이 내려왔다.

주차장 차량 출입구 쪽에 주차돼 있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부터 6시 45분까지 14대의 차량이 대피했다. 빠져나온 차량들은 폭우와 강풍에 서로 뒤엉켜 아파트 입구에서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그 직후 순식간에 물이 지하 주차장 차량 출입구 끝까지 차올랐다.

A아파트에 사는 50대 남성 B씨는 당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 일찌감치 차를 버리고 대피했다.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고 말했다.

B씨는 6일 오전 6시쯤 차를 옮기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주차장으로 내려갔을 때는 이미 침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B씨는 "차량이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빗물이 무서운 속도로 들이쳐 차를 빼는 순간 고립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를 버릴 땐 아까웠지만 일단 몸부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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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지하 주차장에는 차량 66대가 주차돼 있었다.

1995년에 준공돼 올해로 27년이 넘은 이 오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비극은 침수 대비 시설이 없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주민 정모씨(52)는 "지하 주차장 입구엔 차수판이 없고 입·출구는 하나밖에 없으며 배수 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배수 능력이 취약했던 배수구는 이물질로 금세 막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아파트는 인근 하천인 '냉천'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모래주머니 등 방수벽을 쌓는 대비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노후된 건물에도 침수 대비 시설 보완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후된 지하 시설 침수를 막기 위해선 비용이 들더라도 차수판을 설치하고 배수 펌프 용량을 늘려 물이 잘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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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주민은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냉천을 정비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난 인덕동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오어지에서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냉천 고향의 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강폭이 좁아져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1995년부터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강 살리기 사업으로 없던 하천변 보행로를 만들면서 강폭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큰 남구 공단지역과 오천읍 일대 피해를 막기 위해 냉천 상류에 항사댐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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