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했던 무더위와 장마가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제법 상쾌해진 날씨를 만끽하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상암동 노을공원을 찾았다.

길게 이어진 계단을 오르자 탁 트인 평지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많은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캠핑족이 많이 눈에 띄었다. 푸른 잔디밭 위에서 즐겁게 노는 저 어린이들은 아마 꿈에도 모를 것이다. 자신들이 밟고 뛰고 있는 이 언덕의 정체를.

지금 '노을공원', '하늘공원'으로 불리는 이 장소의 예전 이름이 '난지도'였다는 것을 어른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난지도는 여의도처럼 한강의 섬이었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난지'라는 이름도 난초가 많이 자랐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1978년 난지도가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지정됐고, 15년 동안 서울의 쓰레기를 고스란히 받아낸 결과, 두 개의 쓰레기 언덕으로 변해버렸다.

노을공원을 산책하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지금 내 발밑의 쓰레기는 썩어서 흙이 되었을까? 어떤 쓰레기 매립지에서 최첨단 기계를 이용해서 지하 16m에 묻힌 물질을 꺼내 봤더니 여전히 상표가 선명한 플라스틱 포장지, 비닐,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떠올려보면 난지도라고 사정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는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순환하는 구조라고 적혀있다. 과거에는 인간이 사용한 물건도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서 자기 역할을 마친 뒤에는 흙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재다능함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류를 중독시킨 플라스틱은 당연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다. 썩지 않고 계속 높게 쌓여가는 골칫거리이며 시간이 오래 지나도 썩는 대신 미세하게 분해되어 되돌아오는 불청객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잘 버리는 것을 넘어 '잘 사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바야흐로 지금은 필 환경 시대, 합리적인 소비의 기준에 가격, 품질, 그리고 '썩는지'도 추가해야 할 때다.

▲ 천연 세제 열매 소프넛 ⓒ 이은재
▲ 사포닌 성분이 많아 세정능력이 좋은 천연 세제 열매 소프넛. ⓒ 이은재 전문위원

◆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체 세제 대신 → 소프넛

무환자나무의 열매로 껍질 부분에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 세정능력이 있다. 물에 넣고 30분 정도 끌이면 천연 액체 세제를 만들 수 있고 설거지나 세탁에 활용할 수 있다. 사용하고 난 소프넛은 땅에 묻어 주면 퇴비화된다.

 

▲ (우)천연 수세미, (좌)천연소재 세척솔 ⓒ 이은재
▲ 천연 수세미(오른쪽)과 천연소재 세척솔. ⓒ 이은재 전문위원

◆ 아크릴 수세미 대신 → 천연 수세미

식물 '수세미'의 열매를 삶고 건조해서 만든 천연 수세미는 우선 가볍고 질기다. 섬유질 조직이 성글고 구멍도 뚫려 있어서 금방 마르며, 종종 끓는 물에 삶으면 더없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특급 장점도 있다. 플라스틱 실로 만들어서 삶을 수도 없고 조금만 냄새가 나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아크릴 수세미를 계속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 대나무 빨대를 자세히 보면 색깔과 굵기가 서로 다르다. ⓒ 이은재
▲ 대나무 빨대를 자세히 보면 색깔과 굵기가 서로 다르다. ⓒ 이은재 전문위원

◆ 플라스틱 빨대 대신 → 대나무 빨대

대나무 빨대는 똑같은 것이 없다. 각자 굵기도 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실제 대나무를 잘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나무 빨대에 코를 대보면 은은하게 나무 향기가 나는 것도 재밌고 매우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다. 대나무 빨대를 지참하고 다니면서 수많은 플라스틱 빨대를 절약하는 것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별일 아니지만, 꽤 뿌듯한 일일 거라 보장한다.

■ 이은재 전문위원 =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서울내발산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으며 최근 환경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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