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기상 예보를 듣고자
역사 대합실 TV 앞에 모였다
가는 방향은 달라도
모두에게 관심은 오로지 날씨
열차는 오지 않고 시간은 가는데
어떤 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떤 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TV 속 기상캐스터에 눈길을 맞춘다
밖은 어둠이 깔리는데
분주한 사람들의 발길은
큰 섬 하나에 닻을 내렸다
눈발이 날리고
화려한 빌딩 속 네오사인은
갈만한 여행지 광고로 가득한데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날씨
쉼 없이 쏟아내는 뉴스 앞에서
누구도 남의 목적지는 묻지 않고
TV 속 아나운서에게 빠져 있다
눈발이 날리고
어둠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아무도 열차의 지연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다
TV 속 열차는 눈길을 헤매고
벽에 걸린 시계는
쉼 없이 흘러만 가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다던 그대도
통화 중이다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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