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속고 속는다
하늘이 무심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거름을 내고
가꾼 농작물이 좋은 값에 팔린다는 생각으로 논밭을 찾는다
농부는 그런 믿음으로 한 해를 준비하고
그런 생각으로 농사를 짓는다
농부를 속이는 건 농부의 바람일 뿐

농부는
흘린 땀방울 만큼 수확이 나올 거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쏟은 정성 만큼 소비자가 많이 찾을 거라며 결실을 거둔다
땅방울과 정성은 농부의 숙명
농부를 속이는 건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거라는
노력한 만큼 주머니가 두둑해질 거라는
천상 농심에 있을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