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지난해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물류센터 내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음에도 '단순 오작동'이라 생각하고 비상벨을 6번이나 정지시킨 행동이 대표적인 '안전불감증'이다.

이 사소한 행동 하나로 지난해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대형 화재가 일어나 불을 끄던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조사 결과 화재 이후 8분 동안이나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쿠팡 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 SSG닷컴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사업 확장에만 주력하고 노동자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의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현황'에 따르면 3사 모두 소화·경보설비를 중심으로 불량이 적발됐다.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은 자격을 갖춘 전문기관이 소방시설을 점검하는 제도다.

현장에서 간단히 해결되는 가벼운 불량은 조치하지만,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불량은 별도 건수로 집계해 소방청에 보고한다. 시설 관리자는 불량에 대한 소방청의 시정 명령을 따라야 한다.

3사 중 가장 많은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마켓컬리에서 불량 건수도 가장 많았다.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장지물류센터의 마켓컬리 원청 센터(D동)에서 2016년부터 6년간 125건,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 센터(B·D·F동 일부 층)에서 같은 기간 96건이 불량 판정을 받았다.

경기 남양주 화도물류센터에선 2021~2022년 17건이, 컬리의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경기 김포 물류센터에선 같은 기간 73건의 불량이 적발됐다.

경기 용인 죽전물류센터 점검에선 3년간 불량이 나오지 않았다.

용인에서만 불량이 보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마켓컬리는 "소방점검은 임대인이 전담기관과 진행하는 것인데 마켓컬리는 죽전센터의 임차인이라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경기 김포 물류센터와 용인 보정물류센터 2곳에서 2019년부터 4년간 102건의 불량이 나왔다. 김포센터가 84건, 보정물류센터가 18건이었다.

오아시스마켓은 경기 성남 물류센터 1곳에서 2020년부터 3년간 69건의 불량이 적발됐는데 2020년 45건에서 2021년 16건, 2022년 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불량 대부분은 소화설비와 경보설비에서 발생했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불량 311건 가운데 소화 관련 설비 불량은 90건, 경보설비는 107건이었다.

피난장비·유도등 등 피난설비 불량도 49건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의 불량 102건에서도 소화설비가 42건, 경보설비가 26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오아시스닷컴 물류센터는 69건의 불량 가운데 소화설비 불량이 52건, 경보설비 불량이 11건, 피난설비 불량이 3건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의 한 센터에 대한 점검보고서를 살펴보면 화재경보 즉시 소화수를 분사하는 장치인 프리액션밸브의 드레인 밸브(배수밸브)가 헛돌아 밸브를 개방·폐쇄할 수 없었다.

마켓컬리의 한 센터에선 옥내 소화전 여러 곳이 적치물로 막혀 사용 불가능한 상태라고 꾸준히 지적됐다. 피난유도등 점등 불량, 감지기 미작동 등 문제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마켓컬리는 "회사는 센터 시설의 임차인이고 건물의 소방시설물에 대한 관리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류호정 의원은 "소방시설 점검 불량은 노동자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노동안전보건관점에서의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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