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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0건의 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 농협중앙회

농협의 연이은 횡령 사건은 폐쇄적 운영 시스템과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이 결합해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7일 "농협이 조합원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을 거부하고, 부패문제를 무마하려는 시도의 피해는 조합원과 금융소비자에게 돌아온다"며 "조합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농협중앙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 1118곳의 지역 농축협에서 75곳(16.2%)은 4선 이상의 비상임조합장이 재직하고 있다. 이중 무려 37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비상임조합장도 있다.

2015·2019년에 열린 전국 조합장선거에서 위법 선거활동으로 조치된 건수는 각각 406건, 587건에 달했다. 이중 형사고발건수는 100건, 수사의뢰는 9건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조합장 선거가 치열한 이유는 조합장에 당선되면 지역사회의 정치·경제 권력을 조합장이 한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합장은 수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지역 내에서도 정치인과 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농협법상 지역농협의 이사회는 조합장을 포함한 이사로 구성되는데, 조합장이 업무의 일부를 상임이사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일종의 견제장치다.

그러나 신용사업·경제사업·복지사업 등 지역농협의 주요 사업들에서 실제로 조합장이 내리는 최종의사결정에 상임이사가 반발하기가 쉽지 않다.

상임이사 선임을 결정하는 인사추천위원회 7인 중 2인은 조합장과 조합장이 추천하는 자다. 인사추천위원회의 의장은 조합장이고,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즉 조합장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상임이사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4년 임기인 조합장의 권력을 더욱 공고화하는 것은 농협법상 연임제한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상임조합장은 연임이 2회까지 가능한 반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비상임체제로 전환하려는 곳도 있다.

지난해 광주 대촌농협에선 조합장직 비상임 전환이 논란이 됐다. 농협법상 조합장을 비상임화해야 하는 조합자산 기준은 2500억원 이상인데, 자산규모 1500억원 미만의 대촌농협이 굳이 조합장을 비상임직으로 전환하려고 한 것이다. 조합장은 종신 연임을 위해 위법·탈법도 불사하는 상황이다.

내년에 다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금권 선거라는 기존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년 처음으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진행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조합장 선거는 누가 나오고 누가 유권자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깜깜이 선거로 유명하다"며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하고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공직선거보다 선거운동이 제한되는데, 후보자 연설회와 공개토론회가 금지돼 있다"며 "평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는 신인들에게는 사실상 경쟁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국회에 여전히 계류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을 감시하는 조합감사위원회와 각 지역본부 내 검사국을 설치해놓고 있다. 하지만 1118곳 지역농협을 모두 감독하기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을 방치하면 할수록 횡령 등 중대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상호금융의 소비자인 조합원들과 농·축산물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전주농협 농약 대금 8억원 횡령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횡령 직원의 변상금, 농약 업체의 부담금을 제외하고 3억원가량의 손실금이 남았다.

그런데 전주농협 조합장은 전 직원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손실금을 충당했다. 직급별로 1000만원에서 50만원에 이르기까지 모금액을 정해 두었다. 사실상 강제적인 갹출이나 다름없지만, 조합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직원은 없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관계자는 "조합장에 집약된 자금과 권한을 분산해야 조합원과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조합장의 과도한 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데 앞장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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