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하얀 눈송이가 살아 있어요
피아노 건반을 미끄러지듯이
어린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어요
숲속 나무가 노래를 불러요
먼 우주에서 불어온 온기에
후드득 놀라 오줌을 지려요
입김이 빚은 몸을 데워
다시 여행을 떠나는 수줍은 기척
후드득 눈송이가 살아 있어요
볕 좋은 오후 한낮
하이얀 무지개가 너울 피어요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