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사회적 책임 확대 후 투자 2배로 늘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국민연금공단이 2020년 말 기준 10억원 이상 투자한 해외투자처 3463곳 가운데 옥시(영국 본사 레킷벤키저)가 97위에 올라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인 옥시의 영국 본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공단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옥시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영국회사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 GROUP PLC)에 3656억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 금액은 공단 자산군 내 비중 0.19%, 레킷벤키저 전체 주식의 0.53% 지분율에 해당한다. 옥시에 대한 공단의 투자 문제는 2016년에도 지적됐었다. 2016년 투자액은 1500억원가량이었다.

공단은 당시 투자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자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년 새 2100억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해 투자금액은 두배 이상 늘어났다.

공단이 옥시에 대한 투자액을 대폭 늘린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기간과 겹쳐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에선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열렸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제정됐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가동됐던 시기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폐손상 피해를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천식, 태아피해, 간질성폐질환 등의 질환을 인정질환으로 확대해 피해인정자는 점차 늘어났지만 가해기업 옥시는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는 7768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84명이다. 이들이 낸 국민연금이 옥시에 투자됐다는 사실에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지난 5월 3일 사망한 안은주씨가 2015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옥시 앞에서 피해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센터 관계자는 "공단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있을 때 말로는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고 실제로는 국민 돈으로 살인기업에 뒷돈을 대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은 옥시의 투자자로서 살인기업과 한편에 서서 이해를 같이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센터는 오는 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로 도피해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인 거라브제인 전 옥시 사장 소환 수사를 촉구하고 가짜피해자를 운운하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우롱한 서현정 옥시 홍보이사 서현정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함께 오는 9일 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항의방문하고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규탄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 11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정부 관료·기관들이 앞다퉈 살인기업 옥시를 두둔하고 투자처로 삼아 이해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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