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샘의 O교시 지구시간] 지금 우리는 몇 개의 지구를 쓰고 있는가?
[이은재샘의 O교시 지구시간] 지금 우리는 몇 개의 지구를 쓰고 있는가?
  • 이은재 서울 내발산초 교사
  • 승인 2022.08.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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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보다 하루 앞당겨진 7월 28일이었다.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FN)는 1971년부터 해마다 인류가 지구의 1년 치 자원을 다 소진하는 날을 계산해서 발표한다. 이른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다. 즉 올해 7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류는 후세대 몫의 자원을 당겨 써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혹시 우리가 현재 자원을 쓰는 양과 속도를 유지한 채 후세대 몫을 '가불'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방법이 있긴 하다. 지구가 1.72개가 있으면 된다. 아니,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자원을 소비하는 '한국인'으로 한정해 계산하면 지구가 딱 3.3개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구가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을.

지구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불변의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개인이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방향을 소개한다.

▲ 미국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 비 존슨이 들고 있는 병 속에는 그의 가족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의 전부가 담겨있다. ⓒ zerowastehome.com
▲ 미국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 비 존슨이 들고 있는 병 속에는 그의 가족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의 전부가 담겨있다. ⓒ zerowastehome.com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비 존슨(Bea Johnson)은 몇 해 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뜨고 남편과 두 자녀를 설득해서 자원을 아끼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활에 돌입했다. 우리가 잘 아는 재활용(Recycle)은 기본이었다.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그리고 우리에겐 좀 생소하게 들리는 썩히기(Rot)까지. R로 시작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통해 그 가족이 1년 동안 만든 쓰레기는 충격적일 만큼 적었다. 고작 자그마한 유리병을 채울 정도였다.

'제로'라는 단어의 무게에 압도당해 "난 못해." 지레 포기하기보다는 쉬운 것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면 어떨까? 카페에서 빨대를 거절하거나(Refuse), 직원이 무심코 뭉텅이로 건넨 휴지 중 1~2장만 남기고 반납하거나(Reduce), 직장에서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쓰는 것(Reuse)도 좋은 시작이다. 도시에 살아서 썩히기(Rot)가 난감하다면 반대로 '썩지 않는 것'을 쓰지 않으려 노력해도 좋겠다. 대표적으로는 플라스틱 실로 만든 물티슈가 있다.

▲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고기없는 월요일'이라는 간헐적 채식 캠페인을 널리 알리고 있다. ⓒ 폴 매카트니 페이스북
▲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고기없는 월요일'이라는 간헐적 채식 캠페인을 널리 알리고 있다. ⓒ 폴 매카트니 페이스북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1975년부터 아내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와 함께 채식주의자가 됐다. 여든 살이 된 올해도 여전히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그가 열정을 갖고 전파하는 캠페인이 있다. 바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이다. 일주일에 단 하루, 월요일만큼은 식탁에 고기를 올리지 말자는 뜻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듯이 인류가 고기를 먹는 것 자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인들이 먹는 육류의 양이 과거에 비해 폭증했고 그런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식 대량 축산업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대규모로 가축(특히 소)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문제, 축사 주변의 토양과 물이 심각하게 오염되는 문제 등 맛있는 고기 한 접시 이면에는 수많은 외부효과가 도사리고 있다. 일주일 중 하루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보자는 폴 매카트니의 외침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개인이 그런 노력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일침에도 물론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어떤 단체가 문제를 해결해주기 여태 기다리다가 환경 위기가 성큼성큼 다가오지 않았는가? 이제는 남만 믿고 있기에도, 남 탓만 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필자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의 전기도, 당신이 이 칼럼을 읽고 있을 스마트 기기의 전기도 후세대의 몫을 당겨 쓰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 이은재 ⓒ 세이프타임즈
▲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최근 환경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출간한 이은재 교사 ⓒ 세이프타임즈

■ 이은재 =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서울내발산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으며 최근 환경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출간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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