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에 대한 책임도, 변화에 대한 희망도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환경위기에 대한 책임도, 변화에 대한 희망도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8.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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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펴낸 이은재 서울 내발산초 교사
▲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펴낸 이은재 교사 ⓒ 김지현 기자
▲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를 펴낸 이은재 교사 ⓒ 김지현 기자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비건' 강연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재야의 고수'가 있다. 학자도 본업이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말 그대로 생활속의 '환경덕후'다. 한발 더 나아가 '찐덕후'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다.

서울 내발산초등학교 이은재 교사(35). 그는 2017년부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했다. 지구 환경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나 찾다가 비건 지향도 하게 되면서 '제비(제로웨이스터+비건)'로 변신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더 나아가 모든 자원의 낭비를 막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비건(Vegan)'은 동물로부터 얻는 음식이나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엄격한 수준의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올해 13년차 교사 이은재 작가가 최근 신간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클랩북스)를 내고 자신만이 구축한 '제비의 생활'을 공개했다. 세이프타임즈가 이은재 작가를 만나 '뿌듯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에세이를 쓰게 된 배경은

"제가 실천을 해 보니 정말 뿌듯하고 좋았지만, 여럿이 같이 실천해야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각자 성격과 상황이 다른 제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변 10명 가운데 고작 1~2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지만, 만약 100명에게 말할 수 있다면 1~20명, 1000명에게 말할 수 있다면 1~200명이 내게 공감해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강연도 하고 블로그에 제비 매거진도 연재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동안 제가 겪은 일 중에서 재밌는 일화들을 골라서 에세이를 쓰게 됐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이은재 교사가 비닐 대신 별도의 용기를 가지고 제과점에서 빵을 사고 있다. ⓒ 김지현 기자

-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동기는

"2017년에 쓰레기 대란이 있었다. 중국이 더는 전 세계 플라스틱을 수입하지 않기로 해서 그동안 신나게 자국의 쓰레기를 수출하던 나라들이 모두 난리가 났다. 한국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처음 '내가 버린 쓰레기가 가는 장소'를 생각해 봤다. 서울의 쓰레기는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에 매립되는 걸로 알았다. 하지만 내 집 근처에 쓰레기를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의 집 근처에 묻는 것 역시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집 근처에 쓰레기를 묻고 싶지 않으니 그렇다면 쓰레기를 애초에 안 만드는 게 상책이구나, 이런 책임감이 생겼다."

그렇게 4년 정도 제로웨이스트만 실천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 비닐 한 장 안 쓰는 것보다 고기 한 접시 안 먹는 것이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가축을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배출과 환경파괴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래서 비거니즘에도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됐다. 비록 완벽한 수준으로 비건을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열심히 비건을 지향하고 있다."

- 쓰레기 안 만드는 방법은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비 존슨(Bea Johnson)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5Rs를 제안했다.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 등이다. 그중 재활용에 관해서는 한국인들이 모범적인 수준으로 실천하지만, 사실 재활용되길 바라며 버린 쓰레기의 60% 이상은 여러 이유로 탈락해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고 한다. 재활용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다."

- 제비 생활후 가장 큰 변화는

"일상이 전보다 재밌어졌다. 매일 요리조리 창의성을 발휘해서 쓰레기 없이 사는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저서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현대인들이 '돈'과 '편리'를 추종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힘은 점점 잃고 있다고 역설했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고 제 안에 잠재력을 찾은 것 같다. '내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힘이 이토록 많이 있었구나' 싶다. '(어떤 물건이) 굳이 없어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뭐랄까, 생존력이 올라갔다.(웃음)"

- 채식에는 어떤 이로운 점이 있나

"채식, 그 중에서도 비건을 지향 하면서 비닐 포장을 지양하다 보니 가공식품보다는 제철 채소, 과일, 곡식을 주식으로 삼았다. 그러자 돈이 확실히 절약되고 소화가 잘되고 피부가 맑아졌다. 또 내가 몰랐던 맛있는 게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절기마다 제철 채소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개승마, 비름나물 이런 보도듣도 못했던 채소를 좋아하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고기가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했을 땐 굳이 알려 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열렸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이은재 교사는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보고 있다. ⓒ 김지현 기자

- 책에 플라스틱을 많이 언급했다.

"물티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영국 BBC에서 이런 뉴스를 보도했다. 런던 시민들이 하수구에 버리는 물티슈가 템스강 하류에 계속 쌓이다가 급기야 물줄기 흐름마저 바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종이나 천처럼 보이는 물티슈의 정체는 플라스틱 실로 짠 부직포다. 그러니 썩거나 녹지 않는 게 당연하다. 간편히 뽑아 쓰는 데는 5초지만, 사라지는 데는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물티슈를 사용할 때 매우 신중해져야 하겠다.

종이컵도 겉면은 종이 질감이지만 안쪽을 만지면 반들반들한 느낌이 든다. 내부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으로 얇게 코팅이 돼 있다. 무심코 종이와 섞어 버리면 재활용이 안 된다. 폴리에틸렌과 뜨거운 음료가 만나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어 종이컵보다는 개인 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방향이 좋다."

-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친환경 실천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매일매일의 행동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기회도 올 수 있다. 가령 제가 빨대 하나를 아낀 일은 작은 일이고, 제로웨이스트 책을 쓴 일은 비교적 큰일이 되는 거라면, 전자 같이 작은 행동으로 마음을 단련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가지 않았다면 후자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다.

저는 그 마음을 모아 책을 썼지만, 누군가는 이런 마음을 품고 정치인이 돼 법을 바꿀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사업가가 돼 산업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작은 일도 하고 큰일도 할 수 있지만, 작은 일은 안 하고 큰일만 할 순 없다. 작은 일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이은재 교사가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콩나물을 사고 있다. ⓒ 김지현 기자

- 어린이들에게 환경교육은 어떻게 하나

"학교에서 만나는 열 살 남짓한 어린이들은 똑똑해서 이미 지구 온난화도 알고 북극곰 사진도 다 본 상태다. 태어났을 때부터 종종 그런 걸 접하며 자랐기 때문에 체념적으로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역할은 밥 잘 먹고 공부 열심히 하고 쑥쑥 크는 거지, 어른들이 만든 환경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위기, 오염 이런 단어들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지 않도록 조심한다. 교실에서 환경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한다. 바람직한 생활 습관을 잡아 주는 정도다. 플라스틱 샤프 대신 연필 쓰기, 물티슈 남용하지 않기, 되도록 음식 남기지 않고 먹기, 빈 교실에 조명과 에어컨 꼭 끄기 같은 것이다."

- 아이들에게 채식도 강조하나

"성장기인 아이들에게 저의 생각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기에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아이들에게 전하지 않는다. 대신 가끔 급식 메뉴에 생소한 나물이나 채소가 나온 날이면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넌지시 그 채소의 특징이나 영양가에 대해서 귀띔해 주곤 한다. 생각보다 '낯설어서', '잘 몰라서' 채소를 안 먹는 아이들도 많다. '소를 키울 때 나오는 메탄가스로 기후 위기가 심해져. 그러므로 고기를 먹으면 안 돼'라고 교육하지 않는다. '이것 봐, 제철 채소도 이렇게 매력 있고 영양가가 가득해' 이런 게 어린이를 위한 적절한 수준의 환경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는 어떤 책인가

"교실에서 환경교육을 해 보려고 생각할수록, 그 대상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 결과 책을 쓰게 됐다. 어린이 교육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말랑말랑하고 뭐든 금방 흡수한다. 즉 주변 어른의 행동이 먼저 바뀌면, 어린이들은 순식간에 따라 바뀐다. 어른들을 위한 환경교육을 해 보고 싶다. 위기에 대한 책임도, 변화에 대한 희망도 결국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 이은재 교사가 펴낸 환경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클랩북스
▲ 이은재 교사가 펴낸 환경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클랩북스

■ 저자 이은재 = 어쩌다 알게 된 제로웨이스트가 너무 좋아서 5년간 한 우물만 파며 분투하더니, 어쩌다 비건 지향마저 선언해서 '제+비'로 진화했다. 덕분에 삶의 제약은 두 배로 늘었고 골치는 제곱으로 아파졌지만, 한 차원 높아진 도전에서 풍류를 찾는 자칭 환경 힙스터. 서울교대를 졸업했으며 초등임용고시를 어쩌다 수석으로 합격하고 서울 내발산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만났거나 앞으로 만날 모든 어린이들의 안온한 노후를 지켜주고 싶어서 오늘도 소중한 지구를 궁상맞게 아껴 쓴다. 

☞ 이은재의 샘의 '별일 아닌네 뿌듯해'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reply070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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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2022-08-02 09:13:37
멋지십니다 !!!

심재철미스터갈릴레이 2022-08-01 15:58:45
어려서부터 지구환경에 대해 제대로 인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죠. 멋진 선생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