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권 논설위원 ⓒ 세이프타임즈
▲ 한상권 논설위원

바다를 오랫동안 항해한 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항구에 들어와 수리에 들어간다.

엔진과 항법 장치들을 점검하는 데 별문제가 없더라도 바닥에 붙은 수많은 부유물들을 제거하는 최소한의 작업이라도 해야 한다.

넓은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 조치임에 틀림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의 개정 논의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지난 4일 안전보건 세미나에서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명확성 원칙과 관련한 일부 시행령, 도급에 관련한 조금 더 명확한 해석을 담는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을 시사한 것이다.

기업 내 안전관리 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재해 예방 효과가 없다는 실효성과 관련한 통계도 개정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실효성을 중심으로 이번 정부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을 찍으려는 기류가 엿보이는 시점이다.

재해 예방 담당 직원의 업무능력이 낮은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는 담당 직원의 업무 부주의를 책임 회피의 이유로 들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개정 방향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동안 경영계는 중대재해 사고를 낮추려면 처벌이 아닌 지원과 예방 중심으로 법체계가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이고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경영자가 책임 의식을 갖고 생명을 존중하는 경영 기조가 자리 잡혀야 한다는 이 법의 입법취지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개정 논란이 경영책임자에게 처벌 조건을 명확히 하고 책임 회피를 제약하는 데 방점이 있는지, 아니면 경영책임자의 징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 법은 경제 법률이 아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우리 생활과 안전에 밀접한 민생법률이기 때문이다.

항해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너무 이른 수리 작업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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