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김소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 입찰에서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에 과징금 564억원을 부과한다. ⓒ 김소연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등이 발주한 2조4000억원 규모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가 수년간 담합해 이득을 취한 정황이 확인됐다.

담합 업체들은 입찰 과정에서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응찰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로의 낙찰을 유도하고 뒤로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저가 수주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합의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발주한 11건의 입찰에서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에 과징금 564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2015년 이전까지 국내 철도차량 제작 시장은 사실상 현대로템 독점 체제였다. 이후 우진산전과 다원시스 등이 완성차량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들과의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에 발주한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는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이 담합했다.

구체적으로 △김포도시철도 열차운행 시스템 일괄 구매 설치(계약금·2378억원) △서울 2호선 전동차 200량 조달 구매 요청(2096억원) △코레일공항철도 전동차 2편성 구매(265억원) △5호선(하남선) 전동차 조달 구매 계약 의뢰(483억원) △부산 1호선 전동차 40량 제작 구입(528억원) △도시철도 9호선 전동차 32량 구매(441억원) 등이다.

해당 입찰에서는 현대로템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우진산전은 응찰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했다. 그 대가로 입찰 사업 관련 일부 하도급을 받기로 3차례에 걸쳐 합의했다.

이 입찰은 단독 응찰로 인해 2회 이상 유찰되면 '재공고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체결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높은 협상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된다.

발주기관이 유효한 입찰 성립을 위해 둘 이상의 입찰 참가를 요구한 경우에는 우진산전이 현대로템이 알려준 가격으로 투찰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현대로템의 부품협력사로서 성격이 강했던 우진산전 역시 경쟁이 아닌 합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대로템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기 위한 유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에 발주된 5건의 입찰에서는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가 사전 모의를 통해 사업을 수주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은 △경인선·과천안산선·분당선·일산선 신조전동차 448량 구매(6386억원) △별내선(8호선) 전동차 구매(712억원) △GTX-A노선 운행차량 구매(3452억원) 등의 계약을 따냈다.

다원시스는 간선형전기동차(EMU-150) 208량 구매(3821억원) 입찰을, 우진산전은 5·7호선 신조전동차 336량 구매(3731억원) 입찰을 각각 1건씩 수주했다.

다원시스가 계약을 체결한 간선형전기동차 입찰에서는 현대로템 직원이 다원시스 임원에게 '현대로템은 해당 입찰에 불참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담합을 통한 3개사의 매출은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담합으로 수주한 사업의 계약금을 모두 더한 값이다.

조 국장은 "일회 거래량과 거래 금액의 규모가 크고, 국가기간산업과 연계돼 경제적 파급력이 큰 교통 산업 내의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교통시설 담합 관련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국민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과 공공예산의 절감을 위해 엄중하게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로템은 "담합을 주도하지는 않았다"며 "철도차량 제조업체 3개사가 최저가입찰제도에 따른 과도한 저가 수주를 피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정부의 철도차량 예산으로 기업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가격을 확보하기위해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당시 창구 역할만 했을 뿐 최종합의는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별도로 만나 진행했고, 현대로템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공정위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향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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