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대학생 때 기독교 잡지에서 신앙집회에 참석했다가 병이 나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 살았던 둘은 비슷한 병을 앓았습니다. 그런데 둘이 참석했던 신앙집회에서 한 사람은 병이 나았지만, 다른 사람은 낫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다니던 교회로 돌아온 후 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염량세태였습니다. 병이 나은 사람은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간증했고, 강사료 등을 챙겨 상당한 부도 얻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의 믿음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냉대 속에 자기가 다니던 교회로 돌아갔고, 그 교회에서 예전부터 했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잡지는 그들이 신앙집회를 다녀온 지 10여년이 지난 후의 일을 기사로 다뤘습니다. 10여년이 지난 후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취재하러 갔던 기자는 상황이 역전돼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이 나았던 사람은 범죄자가 돼 연방 교도소에 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지역에서 손꼽히는 주일학교 반사가 돼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반사로 있는 교회의 주일학교에 나오고 싶다고 주변에서 그 교회로 아이들이 밀려왔습니다. 그렇지만 교회의 규모를 확장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기에, 아이들이 제비를 뽑아서 그 사람이 반사로 있는 반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10여 년 전에 병이 낫지 않았다고 그를 냉대했던 사람들은 '언제 자기들이 그런 말을 했었느냐'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자기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라고 잡아뗐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영국의 큰 공업 도시의 후생사업국에서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빈민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12살쯤 된 아이 한 명을 알게 됐는데, 그 아이는 소아마비로 희망 없이 절름발이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아이에 대한 동정심이 날로 더해 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가 걸을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시내의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소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감동한 의사는 즉시 그 아이를 무료로 치료하겠다고 승낙했습니다. 치료는 매우 오랜 기간 이어졌고, 그녀는 소년의 회복을 위해 정성을 다했습니다. 마침내 소년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처럼 걷기도 하고 뛸 수도 있게 됐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중년이 된 후생사업국 직원이 길에서 우연히 그 의사와 마주쳤습니다. 자연스레 그 절름발이 소년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 소년은 지금 어떻게 지냅니까"라는 의사의 물음에 그녀는 "그는 지금은 성인이 됐겠지요…"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박사님은 그가 자라서 지금 무엇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의사가 됐습니까", "아뇨", "그럼 과학자", "아뇨" 그녀는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는 여기에 없고 감옥에 가 있습니다. 살인자로 형기를 보내고 있지요. 박사님, 우리는 그에게 걷는 법만 가르치려 애썼지, 그가 걸어가야 하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걸 잊고서 미처 가르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과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에 출강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이 생각하다가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며칠 동안 기도하던 것에 관한 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재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공지를 띄웠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재생들을 가르칠 때는 이들이 가야 할 길도 알려줘야 합니다. 이들이 그 길로 가거나 가지 않는 건 제가 개입할 수 없습니다만, 어디로 가야 한다고 방향은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간사도 그런 길을 걷고 있으니, 가야 할 길을 찾고 싶은 사람만 학교에 남으라고 해야 합니다. 이때 재생을 동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간사는 재생과 같이 비를 맞고, 재생과 공감하며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이걸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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