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남부서에 성폭력·추행·희롱 혐의 4명 고소
금속노조 "최정우 회장 책임지고 사퇴해야"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광양제철소 4고로에 화입을 하고 있다. ⓒ 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광양제철소 4고로에 화입을 하고 있다. ⓒ 포스코

여직원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묵인·방관했다는 포스코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24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 직원 B씨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성추행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 혐의로 직원 1명도 추가로 고소했다.

A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사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했고 회식 때에는 상사가 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시로 추행을 당했다"며 "최근엔 한 직원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사법당국에 도움을 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부서 동료들에게 3년 넘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는 "근무 시간에 모든 사람들 앞에서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로 모욕감을 줬고, 회식에서는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고 추행도 했다"며 "상사가 수시로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고 했고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회식 후 노래방에 가면 수시로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켜 추행했다"며 "회식에 빠지겠다고 하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부서 상사 C씨를 성희롱 가해자로 포스코 감사부서에 신고했다. C씨는 감봉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 "성폭력 피해 신고 이후 회사생활 더욱 힘들어져"

C씨의 징계 이후 A씨는 더욱 곤혹스런 일을 겪었다. 주변에선 '별일 아닌 일로 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으로 지목,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피해자를 되레 가해자로 보는 시선에다 따돌림이 너무 심해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월 다른 부서로 전출됐지만 2개월만인 지난 4월 원래 부서로 돌아와야 했다. 전 부서 책임자가 강압적으로 복귀하라고 종용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포스코는 "A씨가 자신의 전공을 살리려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부서 복귀를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피하고 싶은 원부서로 다시 돌려보낸 것이다.

A씨는 원부서로 복귀한 지 1개월만인 지난달 29일 같은 원룸 건물에 살고 있던 상사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가 새벽에 차를 빼달라며 주차장으로 내려오게 했다가 집 안까지 따라와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성폭행을 한 것으로 지목된 B씨가 '미안하다' 등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포스코 "책임 통감하고 있다" 뒷북 대응

포스코는 해당 부서장을 보직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3일 김학동 대표이사(부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최근 회사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피해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피해 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가 처음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후 회사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C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뿐 다른 적절한 조치는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이 성폭행 사건을 인지한 이후에도 10여일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 사택을 분리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한 직원은 "회사는 제일 먼저 일을 덮으려고 했다"며 "부회장의 사과문에서도 본인은 잘못이 없고 직원들의 성윤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내부 성 문제·비리 문제·윤리 문제 수사에 대한 공정성이 없고 처벌에 대한 형평성이 없는 실태"라며 "최정우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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