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의료법 상 의료인은 의사는 물론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까지 5인을 말한다. 한의사의 의료행위 중 한약처방에 관한 설명의무를, 의료법 상 면허범위에 포함되는지와 연결지어 설시한 판례가 있어 정리한다(2009다102209판결).

원고는 2002년 경도의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식사요법 및 생활습관 조절로만 관리해왔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A병원에서 경구용혈당강하제와 합병증 예방을 위한 약물들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원고는 2002년 3월 29일 A병원에서 처음 간 기능 검사를 받은 후, 경구용혈당강하제 등을 복용하기 직전인 2004년 1월 2일 간기능 검사를 받은 외에 그 후 간기능 검사를 받지 않았었다.

원고는 2005년 1월경 알게 된 피고 한의사로부터 한약 복용을 권유받았다. 피고는 2005년 1월 18일부터 2005년 3월말까지 원고에게 한약을 처방해 복용하도록 했다. 원고는 2005년 3월말부터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가 같은 해 4월 10일 황달증세가 나타나 A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뇌부종을 동반한 전격성 간부전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곧바로 B병원으로 옮겨져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대법원은 피고가 처방한 한약투여로 인해 원고에게 간손상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기존에 투여 받던 양약의 경우 오랜 시간 투여받았지만 간손상이 없었다는 점, 약물 이외에 바이러스 등 간손상 원인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또한 피고의 한약 투여 또는 이 사건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 역시 원고의 간손상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할 경우의 설명의무에 관해 설시했다. 특히 의약품의 위험성이 발현되는 구체적 기전보다는 위험성의 존부가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의약품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을 뿐 구체적인 발현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단계에서도 환자에게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판결에서는 한의사가 환자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먼저, 의료법에는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법조항이 없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인지는 구체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한약의 위험성이 한약의 단독작용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환자가 복용하던 양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과 그에 의한 위험성에 관한 의학지식은 필연적으로 한약과 양약에 관한 연구를 모두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그 결과도 양쪽 연구에 모두 반영될 것인데, 이를 의사 또는 한의사 중 어느 한쪽에 독점적으로 지속시켜야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 공중위생상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약의 위험성이 한약의 단독작용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 뿐만 아니라 양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의사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의사가 환자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 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법 조항의 내용을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법조항에 국한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설명을 들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한 판결로 보여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교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대한간호협회·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 고문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