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인 97% 폭언 폭행 시달려 환자 '두려움의 대상'
최성혁 응급의학회 이사장 "진료 집중 못하면 환자 피해"
수원지법, 응급실 의사 흉기로 찌른 70대 구속영장 발부

▲ 사진설명 ⓒ 세이프타임즈
▲ 경기 용인의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가 70대 노인의 흉기에 찔렸다. ⓒ 네이버 카페 디젤매니아

지난 15일 경기 용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앙심을 품은 환자 가족에게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또 발생하자 대한응급의학회가 "진료에 집중할 수 없다"며 정부 등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최성혁·고려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이 비단 응급실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수원지법은 16일 응급실 의사에게 상해를 입혀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74)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 5분쯤 의사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아내에 대해 조치를 미흡하게 했다는 불만을 품고 흉기로 휘둘렀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응급의학과 의사의 근무일정을 확인하고 찾아가 진료 현장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응급구조사, 보안요원 등 응급실에 근무하는 인력들에 대한 폭행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폭언이나 욕설이 일상사가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최성혁 교수가 세이프타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민우 기자
▲ 최성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이 응급실 의료진의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 세이프타임즈

특히 "현장의 의료진들은 이 순간도 불안에 떨며 진료에 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와중에 또 다시 들려온 참사에 전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망연자실해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응급의학회가 2018년 실시한 응급실 폭력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의료인의 97%가 폭언, 63%는 신체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이나 신체폭행은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겪고 있었다. 55%는 근무 중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급의학회는 "최우선이 돼야 할 환자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한 현실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의료진에게 최소한의 안전인 생명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환자 치료에만 모든 노력을 쏟아달란 부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의료진, 응급실 의료진들에 대한 폭력은 응급 진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며 "의사가 환자를 두려워하고 진료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은 바로 환자"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정부와 유관 기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성혁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전국의 모든 응급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경찰이나 그에 준하는 공권력의 상주가 필요하다"며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에 있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단호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 중인 의료진에 대한 폭력을 현실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최선을 다한 치료에 대한 응답이 자신의 목으로 날아오는 흉기라면 누가 이 일을 짊어지겠는가, 이제는 사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