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여린 것들에게
마음이 간다
높고 크고 잘난 것보다
낮고 작은 것에
눈길이 간다
삶은 그 어느 것이든
다르지 않을 터
아프고 기쁘고
즐겁고
때론 힘이 든 것이거늘
채이는 게 일상인
길가의 돌멩이
물살에 밀려온
풀 죽은 나뭇가지 하나
몸둥이가 발이 되어 기어가는
지렁이 한 마리와
말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간다
삶은 그 누구 것이든
다르지 않은 것
큰 숲속 아래
깊은 수심 한쪽
넓은 대지 모퉁이에서
자리 지키고
살아가는
어리고 외롭고
불안하고
그러나 위대한
세상의 여린 것들에게
가슴이 머문다
■ 손남태 시인 =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농민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등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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