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 '식약처 사용금지 유예 결정' 후폭풍
시민단체 토론회도 무산 '공개질의서' 강력 반발
조윤미 대표 "이같은 기업 만행 처음 본다" 비판

▲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 모다모다 인스타그램
▲ 유전독성 논란이 제기된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 모다모다

머리를 감으면 새치 염색이 된다는 '모다모다 샴푸'의 유전독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금지 처분 결정'에 대한 유예 결정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공개질의서로 대응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소비자단체 미래소비자행동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올해 초 '유전독성' 등을 이유로 모발 염색 기능 물질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의 화장품 사용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규제가 유예'된 상태다.


'THB'는 화학물질 자체로는 색이 없지만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서 검은색으로 보이는 물질이다. 주로 염색제와 배합하거나 단독 염모제로 사용될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는 "반응하지 않은 THB와 매우 불안전정한 상태의 세미퀴논(semi-quinone)에 소비자가 노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포 내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성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DNA 부가물이 발생해  잠재적인 유전독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C SCCS는 지난 3일부터 이같은 성분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소비자 안전을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 "규제개혁위 안전무시 기업 손 들어 줘"

SCCS의 이같은 결정을 예의주시한 식약처는 지난 2월 26일 관련 기업의 서류검토와 연구 등을 최종 검토해 THB를 유전독성 사용금지 성분에 등재하는 행정고시를 개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는 최근 본회의를 열고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된 THB를 제외하고 식약처가 해당 기업과 객관적인 평가방안을 마련해 추가적인 위해검증을 통한 사용금지여부를 최종 결정하라"는 개선 권고를 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2년 6개월의 유예기준을 준 뒤 사용금지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일단 해당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규제개혁위가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배경과 판단근거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소비자행동은 규제개혁위가 안전규제 담당 부처인 식약처의 결정을 무시한 채 THB를 계속 사용하도록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지난 9일 공개질의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질의서에 따르면 규개위는 THB 관련 본회의에 당사자인 모다모다 관계자가 참석해 발언했으며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5일 열린 규제개혁위 제495차 본회의에는 정부위원 3명과 민간위원 10명 등 13명이 참석했다. 재적위원(23명) 과반수인 12명이 찬성하지 않았는데도 의결됐다며 절차상의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료성분의 안전성을 논의해야 할 규제개혁위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 관계자를 본회의에 참여하게 한 배경과 근거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미래소비자행동 "모다모다 토론회도 무산시켜"

유전독성 여부를 묻는 토론회가 무산된 것도 논란이다. 지난 7일 소비자권익포럼과 미래소비자행동 주관으로 토론회가 예정됐지만 모다모다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이다.

미래소비자행동 관계자는 "모다모다 측이 사전 동의나 참석 기회도 주지 않는 (토론회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최연숙 국민의 힘 의원실에 찾아가 토론회에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다모다 측이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에 동의했지만 모다모다는 토론회 자료를 구하겠다고 말한 뒤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토론회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발제자 한 명이 과거 아모레퍼시픽에 재직한 점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15년째 회장으로 있는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가 토론자로 예정된 점을 문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모다모다가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을 언급하자 토론 참석 예정자들이 압박감을 느껴 불참을 통보했고, 결국 무산됐다는 것이 미래소비자행동의 주장이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는 세이프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성분 안정성에 대한 토론회를 갖는 것은 정당한 소비자 행동과 권리"라며 "정당한 토론회를 비방해 무산시켰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소비자운동 22년만에 이같은 기업의 만행은 처음"이라며 "정당한 토론회를 막고 유전독성 성분에 대한 사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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